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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생(도시형생활주택)의 반전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5층짜리 도시형생활주택(도생)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올해 2월 초 공사를 시작한 이 도생은 2개 동에 20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주변에 있는 다른 도생과 다른 것은 가구별 면적이 크게 설계됐다는 점이다. 20가구 모두 전용 40㎡ 이상이고 이 가운데 3가구는 60㎡ 이상으로 구성됐다. 인근 현대공인 관계자는 “예전엔 작은 원룸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빌라처럼 한 가족이 살기 충분한 크기의 도생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이 한때 미흡한 주거환경 때문에 외면을 받았지만, 전세난과 1인가구 급증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품성 자체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밀집지역.

한때 쏟아지는 물량과 열악한 주거환경이 문제가 제기되며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도생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도생은 도시에서 늘어나는 1~2인 소형주택 수요에 대응하고자 지난 2009년 나온 주택 공급방식이다. ‘원룸형’(전용 14~30㎡), ‘단지형 다세대’와 ‘단지형 연립’(각각 전용 85㎡ 이하)으로 유형이 나뉘는데, 전체 가구수가 300가구를 넘지 못한다.

도시형생활주택이 한때 미흡한 주거환경 때문에 외면을 받았지만, 전세난과 1인가구 급증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품성 자체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밀집지역.

정부는 기존 공동주택(아파트ㆍ연립ㆍ다세대)에 적용되던 각종 규제를 대폭 풀어주면서 공급을 장려했다. 특히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확보하도록 한 주차장 설치 기준을 가구당 0.2~0.5대(원룸형 기준)의 공간만 만들어도 되도록 완화한 점은 공급 증가의 기폭제가 됐다. 주차장 대신 1가구를 더 건축할 수 있어서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집계된 도생 인허가 물량은 2009년 1688가구를 시작으로 2010년 2만529가구, 2011년 8만3859가구, 2012년 12만3949가구까지 매년 급상승했다.

하지만 2013년에는 인허가 규모가 6만9000여가구로 주저앉았다. 4년간 도생 공급이 폭증한 탓에 수익성이 떨어졌고 각종 건축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탓에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며 공급세가 시들해진 것이다.

서울만 놓고봐도 2012년 3만6476가구로 정점을 찍었던 인허가 물량은 2013년 2만1044가구, 지난해 1만9192가구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주춤하던 도생의 공급량은 지난해부터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배경은 전국적인 전세난 때문이다.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다세대ㆍ다가구를 가리지 않고 퍼지면서 도생의 공급도 덩달아 늘어났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올해 1~7월 사이 전국에서 인허가된 도생 물량은 5만11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0% 늘었다.

공급 유형도 원룸 일색에서 벗어나 ‘단지형 다세대’와 ‘단지형 연립’ 타입으로 지어지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7월과 올해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1년 사이 원룸형의 인허가 가구수는 9.0% 증가하는데 그쳤는데 단지형 다세대와 단지형 연립 유형은 각각 65.1%, 132.5%씩 급증했다.

수목건축 서관호 전략기획본부 팀장은 “원룸형은 순전히 1~2인 가구를 타겟으로 했던 것이고, 단지형으로 공급을 하면 일가족이 충분히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며 “정부에서 갖가지 임대주택 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공급은 원활하지 않은 탓에 민간 차원에서의 공급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난을 배경으로 최근 도생의 공급이 늘어났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KEB하나은행 강태욱 부동산팀장은 “도생이 다시 늘어나는 건 단순히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상품성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아파트에 비해 감가상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요가 떠날 수 있다”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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