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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하늘 위 셰프 기대하세요… 이재길 아시아나 케이터링 개발팀 과장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바야흐로 셰프 전성시대다. TV 채널을 돌리면 셰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인기 스타들만 찍는다는 CF에 셰프들이 모델로 나오고, 대중들 사이에서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셰프들이 대세가 됐다.

이처럼 화려한 조명 아래 셰프들이 주목받는 동안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새로운 메뉴 개발에 혼신을 다하는 셰프들도 적지 않다. 

특히 다양한 국적의 승객을 대상으로 비행기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는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 기내식 셰프들은 그 어떤 셰프보다 까다로운 조건에서 요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유일한 셰프인 이재길<사진ㆍ42> 케이터링 개발팀 과장은 인터뷰 동안 “기내식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여러번 혀를 내둘렀다.

24살 밑바닥부터 시작해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하얏트, 쉐라톤 등 유명 호텔에서 10년 이상 셰프로 근무하며 산전수전 다 겪었던 그가 기내식이 유독 어렵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과장은 “기내식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호기심을 갖던 차에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총주방장 권유로 2009년 아시아나로 입사했다”며 “와서 보니 고객들의 반응을 바로 파악하기 힘들고 시공간적 제약이 커 메뉴를 만드는 데 제한이 많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 과장이 말하는 제약이란 방금 만든 요리를 바로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이 과장은 “음식을 만들면 섭씨 4도씨까지 차게 한 뒤 24시간 보관했다가 기내에서 재가열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며 “최대한 방금 만든 음식처럼 내놔야 한다는점에서 마치 녹음한 음악을 라이브처럼 들리게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신메뉴들이 탄생하며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 과장의 인기 메뉴 중 하나가 포두부쌈이다. 압착한 두부로 고기를 싸먹는 방식이다. 이 과장은 “돼지고기는 특유의 향이 있어 흙마늘과 함께 훈연 과정을 통해 냄새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콩나물밥도 처음엔 재가열 뒤 수분이 다 날라가 실패한 메뉴가 될 뻔했지만 이 과장이 한 달 동안 콩나물밥만 먹으며 실패를 거듭한 끝에 고객들 입맛에 맞는 메뉴로 재탄생했다.

연내 이 과장이 준비 중인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온보드 셰프서비스다. 기내에 셰프가 탑승해 현장에서 직접 요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앞서 기내에서 셰프가 직접 스시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일본 원전사고 이후 중단됐다 연내 재개될 예정이다.

인덕션오븐과 같은 최적화된 조리기구를 기내로 들여 과거 호텔에서처럼 최고의 요리를 선사하겠다는 계획을 말할 때 이 과장 눈빛이 반짝였다.

그의 프로다운 면모는 명함에도 드러난다. 영문으로 된 명함에는 ‘Executive Chef & Hygiene Manager’로 적혀 있다. 수석 셰프이면서 위생 관리자 역할도 하는 것이다. 그는 최상의 서비스에 대한 욕심으로 2013년 미국 위생사 자격증도 땄다. 여전히 배우고 있고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말 속에서 스타 셰프 못지 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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