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월세전환율 인하는 ‘말장난’?…세입자 부담 줄지 않아”
전환율 5%이하로 낮추는 방안추진
‘계약기간’내 월세로 바꿀때만 적용
계약갱신청구권 없으면 무의미
국토부 “전환율 규제는 상징적” 의미


내년 3월이면 전세계약이 끝나 새로운 집을 구해야 되는 세입자 김모(31) 씨는 ‘전세 물량이 없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19.8㎡ 규모의 6000만원 전세, 이 같은 규모의 집은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은 줘야 하지만, 월세로 바꾸면 매달 나가던 10만원 수준의 이자 대신 50만원을 내야 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저금리 기조로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전환되는 폭이 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규정돼 있는 전월세전환율 인하를 추진중이지만, 강제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급격한 월세전환을 막기 위해 전월세전환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 6%인 수준을 정부는 5% 이하까지 내리는 틀에서 논의중이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쓰이는 비율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산하면 현재 6%다.

김 씨는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면 늘어나는 월세금액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김 씨의 희망대로 전월세 전환율이 내려가면 월세부담이 줄어드는 것일까.

▶전월세전환율 5%이하로 인하?…0%로 내려도 월세시장 영향없어=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환율을 한국은행에서 공시한 기준금리에 4배수를 곱한 비율로 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기준금리가 1.5%니 현재 전환율은 6%다. 이와 함께 집주인이 월세전환시 전환율보다 높은 비율로 월세를 정할 경우 임차인에게 ‘초과차임청구권’을 줘 월세를 되돌려 받을 기회를 주고 있다. 초과차임청구권은 임차인과 임대인이 월세전환에 합의를 한 이후, 합의내용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임차인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다. 


최근 한국감정원 발표에 따른 전국 전월세전환율은 7월 기준으로 7.4%. 6%를 넘어섰으니 집주인들은 법에서 규정한 전월세전환율을 지키지 않은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법에서 정하는 전월세전환율과 이를 위반했을 때의 제재규정(초과차임청구권)은 신규계약이나 재계약 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지난 1993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의 규정은 임대차 계약이 존속 중일 때만 적용되며,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재계약을 하는 등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해 논란은 끝이 났다.

현행 법은 ‘집을 구할때나’, ‘재계약을 할 때’ 높게 책정된 전월세전환율을 규제하는 법이 아닌, ‘계약기간’ 내 전세에서 월세로 바꿀 때만 쓰여 그 어떤 구속력도 갖지 않는다.

법개정을 추진중인 정부 역시 전월세전환율 인하가 시장에 영향이 미치지 않음을 알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전월세전환율 인하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해진 것을 낮췄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며 “시장에는 영향이 없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전월세전환율이 법적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는 “전월세 전환율을 0%로 내려도 시장에서 높게 책정된 전월세전환율을 규제하지 못한다”며 “전월세전환율은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돼 임대기간이 늘어나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럼 가이드라인?…이 역시도 ‘구멍’=전세물량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계약전이나 계약기간중에 월세를 보증부 월세로 바꿔 월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때에는 전월세전환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은 ‘전세→월세’의 경우에 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남동과 망원동에서 원룸찾기에 나선 이모(27ㆍ여) 씨는 높은 월세부담을 줄이려 집주인들에게 보증금 1000만원을 올리고 월세를 10만원 낮추는 조건을 내밀었으나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 씨가 연남동과 망원동에서 원했던 26㎡규모의 원룸은 모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

이 씨의 사례는 전세(보증금)를 월세로 바꾸는 것과 반대인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는 전월세전환율을 역으로 계산했을 때, 이 씨가 연남동과 망원동에서 찾은 원룸의 전환율은 6%, 은평구에서 찾은 방의 전환율은 12%다.

연남동과 망원동의 집주인들은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되고, 반대로 은평구에서는 이 씨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것이 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그 반대의 경우를 규정하지 않아 생기는 혼란이다. 특히 계약기간 중 ‘월세→전환’이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 현재 명목상으로나마 존재하는 부당한 합의로 이루어진 초과차임청구권이 임차인에게 없는 것이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한해서는 임차인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시 이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사례를 현재 파악 중”이라며 “이에 대한 법률 개정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정부 자체가 임대료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면서 “그동안 반대해온 전월세 상한제를 정부가 조금이라도 검토한다면 월세에서 전세로 바뀌는 경우의 실마리도 풀릴 것”이라고 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