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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종묘제례악
“살아서는 향악을 즐기고 죽어서는 아악을 듣다니. 분명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세종은 종묘 제사에 쓰이는 음악이 중국음악만 쓰이는 게 못마땅했다. 세종은 아악을 정비한 박연과 향악을 집대성한 맹사성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조상의 제사니 우리 음악으로 바쳐야 한다는 맹사성과 중국음악 전공자인 박연은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이에 세종은 당악과 향악, 아악을 아울러 새 음악을 만든다. 그러나 이 음악은 당시 너무 발랄하다는 의견에 따라 사용하지 못하다가 세조가 왜 이런 좋은 음악을 쓰지 않느냐며 제례에 필요한 악곡을 첨가해 종묘제례악으로 정식 채택했다. 종묘제례악은 이후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소실됐다가 광해군 때 점차 복구돼 오늘에 이른다. 종묘제례악은 종묘제례가 진행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악기 연주와 노래, 춤을 통칭한다. 역대왕의 문(文)을 기리는 보태평 11곡과 무(武)를 기리는 정대업 11곡으로 모두 22곡으로 이뤄져 있다. 악기는 편종, 편경, 방향과 같은 타악기가 주선율을 이루고, 당피리, 대금, 해금, 아쟁 등 현악기가 장식적인 선율을 꾸민다. 이 위에 장구, 징, 태평소, 절고, 진고 등의 악기가 다양한 가락을 구사하고 노래가 중첩되면서 중후하고 화려하다. 종묘제례악은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으며, 2001년 유네스코에 의해 종묘제례와 함께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종묘제례악 전곡 연주는 사실 흔치 않다. 관객들이 느린 곡에 익숙하지 않고 많은 연주자와 무용가가 무대에 서야 하기 때문에 대체로 4,5곡 정도 연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장중하고 느린 ‘한국의 클래식음악’이랄 종묘제례악이 지난 18일 밤 프랑스 파리 국립샤이오극장에서 80분간 전곡 연주됐다. 한ㆍ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개막을 알리는 공연으로 뜻 깊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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