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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최정호] 130년史 스스로 망각하는 ICT…미래도 없다
남대문 뒤로 보이는 남산은 나무보다 흙이 더 많은 민둥산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색은 남루하기만 하다. 130년 전 사진에 담긴 서울의 모습이다. 이 사진이 통신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남대문 주변에 놓인 전신주 때문이다.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던 구한말이지만, 이미 대한민국 130년 통신 역사는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역사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런 사진을, 실제 찾아보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고종황제가 쓴 것으로 알려진 1호 전화기나, 당시 교환기, 심지어 70년대 널리 사용됐던 백색, 청색 전화기와 붉은 색 공중전화기, 또 80년대 1호 카폰, 첫 국산 휴대폰 등 통신 역사에 의미 있는 물건은 대부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으로조차 구하기 힘든 것들도 많다.

130년 통신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통신망을 완성한 IT 대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 통신의 이면이다. 변변한 ‘통신 박물관’ 하나 없어서 생긴 일이다. 

잊을만 하면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는 통신사들도, 심지어 IT 통신 강국을 만들었다 자부하는 관련 정부 부처도 막상 ‘박물관’ 하나 만드는데는 관심이 없다.

물론 일부 통신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전시관은 존재한다. 하지만 개별 민간 기업들이 만든 것이다보니, 지루한 과거보다는 꿈 같은 미래를 보여주기에만 급급하다. 또는 당장 돈이되는 제품만 있다. 그나마 과거 공기업이던 KT가 사료 전시관을 가지고 있지만, 강원도 원주에서 더 들어간 자체 연수원에 있어 일반인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의 접근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통신 130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주무부터 장관이 주최자가 아닌, 손님으로 참여하는 웃지못할 일이 생긴 것도 이런 이유다. 경찰도, 금융당국도, 농림당국도 하나 씩 가지고 있는 박물관이나 기념 전시관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장관이 의미있는 통신 역사 기념식을 개최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후배들에게 우리나라의 자랑인 IT를 만드는데 큰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은 했어도, 정작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국내 굴지 모 통신사 노조위원장의 한탄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점차 사라지는 후배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말을 꺼냈지만, 정작 제대로된 전시관, 박물관 하나 못 만들어논 선배와 자신의 부족함만 느꼈다는 의미다.

흔히들 역사를 잊으면 미래도 없다고들 한다. 지금 우리나라 통신 IT 현실이 그렇다. 수 많은 성공 신화와, 또 잘못된 정책 결정이나 투자로 실패의 쓴 맛을 봐야했던 아픔도 함께 있는 130년 역사다. 이렇게 만든 경험은, 5G를 만들고 100배 더 빠른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모든 산업을 ICT로 중무장시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일에 둘도 없는 보약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보약 을 이 시간에도 스스로가 버리고 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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