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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떠오르는 IT 부자 양성소 스웨덴, 스톡홀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스웨덴에서 성장한 슈퍼리치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스카이프(Skype)가 사용 불능이 돼 유저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어플리케이션 작동 오류 문제가 화제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사용자만 3억명에 달해서다.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카이프의 가치를 알아보고 85억달러에 인수했다. 창업주인 스웨덴의 니클라스 센스트룀(Niklas Zennstrom)과 덴마크인 야누스 프리스(Janus Friis)는 상당한 부(富)를 쌓을 수 있었다. 둘의 순자산은 포브스 기준 각각 13억달러다. 

스카이프의 ‘고향’은 스웨덴 스톡홀름이었다. 사실 스웨덴은 세계 IT산업의 숨은 강자로 통한다.
북유럽 벤처기업을 분석한 ‘크리앤둠 리포트 (Creandum report)’에 따르면 스칸디나비아 지역 IT회사들 매출은 총29억달러다. 절반 이상은 ‘복지천국’으로 스웨덴 한 곳에서 나온다. 인구 980만, 서울시보다 사람이 적은 이 나라에서 유망전도한 스타트업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스웨덴은 사실상 ‘혁신천국’이기도 하다.

▶ 스타트업의 요람 = 글로벌 IT 솔루션업체 오라클(Oracle)의 유럽 담당부서 책임자 닐 숄레이(Neil Sholay)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기술 선구자들은 스웨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성공스토리가 이곳에서 꽃피었다”고 말했다. 스카이프의 센스트룀도 한 인터뷰에서 “스톡홀롬은 글로벌 기술 선구자의 땅으로 크고 있다”고 말했다.

둘의 언급은 꽤 정확하다. 스톡홀롬에서 큰 스타트업은 스카이프만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쉬’로 유명한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ㆍ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ㆍ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모양(Mojang AB) 등도 있다. 모양의 마르쿠스 페르손(Markus Perssonㆍ36) 창업주도 세계 억만장자 클럽 일원이다. 그는 마인크래프트를 MS에 25억달러를 받고 넘겼다.
스웨덴이 유럽판 실리콘 밸리가 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판 실리콘밸리 스웨덴, 4가지 성공요인

▶ 복지는 모두를 위해 … 스타트업 기업가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 스웨덴의 세금은 매우 높다. 스웨덴의 세관에서 2014년 발표한 세금보고서에 의하면 부가세ㆍ재산세ㆍ소득세 등을 합한 세율은 45.5%다. 덴마크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세율은 높지만, ‘무덤에서 요람까지’라는 모토 아래 복지제도가 매우 잘 갖춰져있다. 이 복지혜택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기업가에게도 당연히 주어진다. 

우선 최고의 고등교육을 모두 이수하면서도 학자금에 허덕일 필요가 없다.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하는 이에겐 각종 감면 혜택도 있다. 덕분에 젊은 기업가의 위험부담은 줄어든다. 스웨덴을 기반으로한 스타트업 회사 이노메트릭스(Innometrics AB)의 창업주 마티아스 워드 (Mattias Ward)는 “스웨덴에는 소득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사회안전망이 존재한다. 창업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기에 비교적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다.

▶ 교수도 이름으로 불러…수평적인 문화 = 스웨덴 대학에는 신기한(?) 문화가 있다. 학생이 교수를 가리켜 ‘프로페서(Professor)’ㆍ‘미스터(Mr)’ㆍ‘서( Sir)’ 등으로 부르지 않는다. 이름으로 부른다. 

현지 데이터베이스 관리 전문기업 세버럴나인즈(Severalnines AB) 한 핵심 관계자는 “당신이 CEO이던, 접수원이던 함께 사우나에 앉으면 동등한 사람에 불과하다. 장벽이 없다는 의미다. 우린 이걸 사우나 문화(Sauna Culture)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이렇게 독특한 북유럽의 문화는 인턴과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회의할 때도 적용된다. 즉, 번뜩이는 사고만 있으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셈.

스웨덴에서 1993년 세워진 IT솔루션 업체 클릭테크(Qlikㆍ현재는 미국에 위치)의 북유럽 담당자 션 패링턴(Sean Farrington)은 이와 같은 스웨덴의 문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칸디나비아 회사들은 비즈니스가 결국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온 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자유로운 사고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계층이나 지위에 대해 개의치 않으니 회사의 문화가 수평적으로 변한다”

▶ 혁신의 역사는 이미 오래 … ‘성공이 성공을 낳는다’ = 스톡홀롬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공동 랩실 THINGS의 회장 파르 헤드베리(Par Hedberg)는 스웨덴이 IT의 허브로서 성공적일 수 있었던 요인을 빠른 도시화, 세속적인 문화, 그리고 새로운 기술 및 아이디어의 ‘얼리어답터’적 성격으로 꼽았다.
 
이 나라는 다이너마이트ㆍ테트라팩ㆍ안전성냥과 같은 실용적인 물건 뿐 아니라 IT관련 혁신도 대대적으로 이룬 바 있다. 대표적으로 블루투스(Bluetooth)와 컴퓨터 컬러 그래픽이다. 블루투스는 스웨덴 이동통신기업 에릭슨(Ericsson)이, 컬러화면 그래픽은 호칸 란스(Hakan Lans)가 발명한 기술이다.

이와 같은 혁신 성공의 역사는 다른 기업가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오라클의 숄레이는 “스포티파이의 성공은 이제 창업을 하려는 수많은 젊은이에게 영감을 줬다. 스웨덴 IT허브에 위치한 기업끼리는 혁신 커뮤니티를 형성해 선의의 경쟁자로 가깝게 지내며 서로를 자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IT혁신에 대한 자세는 정부 또한 남다르다. 스웨덴 정부는 70년대부터 통신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 최초로 93년 통신사업의 독점체제를 철폐하고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하여 통신시장을 완전히 개방한 바 있다. 

현재 스웨덴 GDP 3.7%를 R&D분야에 오롯이 투자하고 있고, 국가예산의 2/3 정도 되는 돈을 Mobile Phone Standards 2.5 및 3세대 기술개발에 투자해온 바 있다. 뿐만아니라 정부는 컴퓨터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국민들이 PC를 구입하도록 장려하면서 자국내 인터넷 속도 향상에 힘써왔다. 이로써 ㅇ스톡홀롬 외 지역에서도 세계 스타트업 시장에 발빠르게 뛰어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뿐만 아니다. 기업 내 소수자로 인식되는 여성과 이민자를 돕기 위해서도 정부는 노력한다. 한 현지 스타트업 대표는 “총리를 포함한 장관 5명이 관련 위원회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건의를 그들이 듣고 있다는 뜻이다. 즉, 이것들은 정부가 혁신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스웨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스웨덴 스톡홀롬, IT 허브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Kista Science City)’

▶ 잘 갖춰진 교육 및 네트워크 인프라 = 스웨덴은 엔지니어링에 적합한 환경도 구축해놨다. 앞서가는 텔레콤 섹터와 안정된 경제기반, 그리고 높은 인터넷 보급률 등이 어우러져 막강한 IT 허브를 구축하고 있는 셈.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발표한 글로벌 IT 리포트 2015 (Global IT Report)에 의하면, 스웨덴의 네트워크 준비 지수(NRIㆍNetwork Readiness Index) 순위는 싱가포르와 핀란드에 이어 3위이다.

스웨덴은 정부-기업-교육기관 간의 산학협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웁살라(Uppsala)와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Kista Science City)는 대표적인 산업클러스터 개발형 도시로 손꼽힌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에는 에릭슨을 포함, 오라클ㆍ인텔ㆍ노키아ㆍMS 등 세계적 IT 기업들이 몰려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스타트업 열정은 스톡홀름 주변 도시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지방에서도 세계의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 들 수 있도록, 스웨덴 전역에 걸쳐 120만킬로미터 길이의 광섬유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가 핫스팟인 만큼, 지방의 여러 도시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 룬드의 이데온(Ideon)이나 옌셰핑(Linkoping)의 몌데비 사이언스 파크(Mjardevi Science Park)와 같은 지방 도시들도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스웨덴에서 성장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의 인구는 980만으로 우리나라의 1/5정도 수준이다. 반면, 국토면적은 우리나라의 4.5배나 되고, 국민들은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있다. 수요자체가 적기 때문에 스웨덴 내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일정 이상 크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기능별로 나누어 다른 나라로 옮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스포티파이는 R&D분야는 여전히 스웨덴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사업 운영(Business Operation) 부서를 런던으로 옮긴 바 있다.

y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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