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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상복] 신뢰와 친밀감 쌓기
갈수록 신뢰(trust) 쌓기가 힘들고, 친밀감(intimacy) 나누기가 힘들다고 한다. 공감이 간다. 기업, 종교단체, 대학, 연구단체는 물론 뜻으로 모인 비영리조직이나, 공동체, 자격을 공인 받은 전문가, 같은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천막 농성장에 이르기까지 신뢰와 친밀감을 쌓는 일이 제일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신뢰와 친밀감을 갖지 못하면 누구나 홀로 되는 ‘고독감’에 빠지고, 어쩔 수 없이 불안과 우울, 예민함이 높아진다. 이 마저도 개인이 홀로 관리하다 보면 곧 벽에 마주치게 된다. 이런 자기 자신을 달래며 혼자 있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태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저 ‘구경만 하는’ 일이다. 아무도 신뢰할 수 없고, 누구와도 친밀감을 나눌 수 없으면 내적인 우울과 불안, 예민함이 높아진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구경하며 살기’란 간단하다. 누에고치에 들어앉아 언론과 포탈이 일 차로 선택해 준 정보를 자기가 다시 선택해 정보만 소비하면 그만이다.

SNS의 간편한 ‘좋아요’로 맺어진 개인이 보여주는 것을 구경만 하면 된다. 이런 일은 매우 안전하고 뒤끝도 없이 고독감을 소비하게 해 준다.

일상의 이런 태도가 조직 생활에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조직에 몰입할 수 있는 행동과 참여가 줄어들고, ‘회사 돌아가는 꼬락서니’도 그냥 구경만 하게 된다. 여론이 형성된 후에나 끼어들던지, 상사가 말한 후에나 의견을 내는 일이 고작이다.

정신분석가이며 소아과 의사였던 도널드 위니컷은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정서발달에서 성숙의 중요한 신호이며, 아기가 이런 능력을 형성하려면 누군가(어머니)가 곁에 있으면서 홀로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홀로 있는 다른 사람과 함께 홀로 있음’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건강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런 역설이 성인에게도 가능해지려면 뒤늦게라도 우리에게도 ‘곁에 있으며 홀로 있음’의 경험이 필요하다. 바로 ‘신뢰와 친밀감 형성 경험’이다.

외부세계나 타인을 구경하는 일을 멈추고, 불안감이나 우울, 예민함에 빠지지 않는 ‘홀로 있음’이 되기 위해서라도 신뢰와 친밀감이 주는 ‘함께 있음’을 경험해야 한다. 아기가 어머니와 ‘함께 있음’ 안에서 홀로 있을 힘을 키우듯 우리에게도 누군가와의 신뢰와 친밀감으로 다져진 ‘함께 하는 관계’ 안에서만 개인을 강화할 수 있다.

신뢰나 믿음은 주고받아야 느낄 수 있고, 친밀감은 양쪽이 서로 다가가야 맛볼 수 있다. 주지 않고는 결코 받을 수 없는 것이 신뢰이며, 서로 다가가 접촉하지 않고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것이 친밀감이다. 그래서 신뢰는 어느 한쪽이 먼저 보여주고 제시해 주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지도부가 조직원에게, 기업가가 종업원에게, 임원이나 리더가 팀원에게 먼저 보여 주는 것만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빠른 길이 없다. 영어의 trust(신뢰) 단어는 시스템이나 사물에 대해 쓰이질 않고 ‘사람’에 쓰이며, ‘(안심하고) 어떤 것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신뢰(信賴)의 한자 의미 아닌가? 어느 한쪽 사람이 직접 의지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먼저)보여주어야 비로소 신뢰가 시작될 수 있다.

반면에 친밀감은 다른 사람과 자신의 내적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다. 서로 나눔을 통해 서로를 잘 알게 되고, 그만큼 서로를 돌보며 친밀감을 쌓아 갈 수 있다. 그러니 공유한 만큼 친밀해질 수 있다. 조금씩만 다르고 매일 같은 일을 반복 하면서 익숙해지는 농사일과 같다. 친밀감 바로 다음에 사랑이 있고, 친밀감 없는 사랑이란 병든 사랑인 것도 이런 이치이다. 이렇듯 친밀감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한발 다가가서 자기 것을 나누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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