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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때만 강해져서는 안된다…구조적으로 강한 경제 만들어야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 사장


최근 우리 경제가 대내외 악재에 심하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절하, 미국 금리 인상 요인, 신흥국 위기, 유럽의 정치 불안 등 다양한 대외적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폭탄을 안은 듯 증시가 요동친다. 여기에 회복세가 묘연한 내수, 투자, 수출 등 대내여건도 한 몫 거들고 있다.

경제가 이처럼 흔들리는 데는 ‘경제구조의 취약성’이라는 배경이 있다.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독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리스크를 따져보기 위한 국가별 대기업 의존도 조사 결과, 14%에 달했다. 미국∙중국∙유럽 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그룹의 매출액 비중이 2∼7% 수준이었다.

과거 우리나라는 중공업 분야 등 일부 대기업에 투자를 집중해 일시에 경제를 일으켰지만 몇 십 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아주 다르다. 대기업 경제의존도가 높고, 위험을 여러 산업으로 분산할 수 없는 산업구조 자체가 시한폭탄이 됐다. 더욱이 한국 대기업은 장기간 경쟁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대량 소비시장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변수의 영향이 더욱 크다.

이런 상황에서 대내외에 위기가 찾아오면 경기가 얼어붙고,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임기응변식 정책을 운용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쳇바퀴 돌 듯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법 뿐이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기업인의 한 명으로서 공감하는 바가 크다. 우리 경제가 웬만한 바람에 꿈쩍않는 맷집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위험을 분산할 ‘산업밸런스’를 찾는 게 절실하다고 본다. 다양한 산업포트폴리오 안에서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많은 중견기업과 강소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세계시장에서 규모로 승부하는 중후장대 산업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품질로 명품을 만들고, 이를 무기로 이름을 떨치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

뛰어난 내구성과 디자인을 갖춰 진공청소기의 ‘명품’이라 불리는 청소기를 개발한 영국의 다이슨, 최초로 티타늄을 넣은 ‘트라이탄’이라는 신소재를 발명해 무연 크리스탈 글라스의 혁명을 이룬 독일의 쇼트 쯔비젤, 자석페인트 등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고기능성 프리미엄 페인트를 생산하는 바스프 등 세계에서 통하는 강소기업들은 각국에서 든든하게 산업계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세계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산업도 하나의 예다. 이같은 기업들이 산업계의 허리를 지켜주면 외부의 충격에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위기가 와도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다. 일본이 10년 불황을 이겨낸 원동력도 산업계에 경쟁력을 갖춘 많은 중소기업이 든든히 버텨준 덕분이다.

2008년 경제위기에 독일이 끄떡없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전체 수출의 25%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든든히 경제를 떠받치게 된다면 지금과는 게임의 룰이 달라진다.

그간 한국은 IMF나 리먼브라더스사태 등 경제위기 때마다 금세 이를 극복해 내며 강한 회복력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는 위기 때 똘똘 뭉치는 한국인의 기질, 위기에 더욱 강해지는 한국인만의 정신력으로 만들어낸 결과였지 튼튼한 경제 펀더멘털로 일궈낸 승리는 아니었다.

이제는 그같은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벗어나 지금과는 다른 한 차원 높은 경제구조를 만들어내 한다. 위기가 오기 전에 한발 앞서 대비되는 내공. 우리에겐 그런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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