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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보험료 자유화, ‘단물’만 빼먹으려 들면 毒된다
정부가 보험 상품 가격 완전 자유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신규 보험 상품은 금융 당국에 내용과 가격을 사전에 신고해야하는 사실상 인가제였다. 상품이 회사마다 고만고만한 건이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험료 산정 근간인 위험률을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자산 운용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량권을 대폭 늘렸다. 상품 개발, 운용, 판매 등 모든 과정을 회사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보험산업의 패러다임을 확 바꿀 수 있는 획기적 발전의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경쟁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뿌리가 흔들린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에는 삼성ㆍ한화ㆍ교보 등 대형 생명보험회사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로 돈 굴릴데가 마땅치 않아 발생하는 이차(利差) 역마진이 그 원인이었다. 이럴 경우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험금 지급 이율을 금리 변동에 맞춰 내려야 하는 데 금융당국이 가격을 통제하는 바람에 속앓이만 해왔다. 이런 규제를 이번에 모두 풀게 됐으니 보험업계로선 양 어깨에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금융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업계에 약(藥)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의 보험산업은 세계 8위(수입보험료 기준) 수준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덩치만 컸지, 내실은 그리 단단하지 못하다. 저금리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고 ‘일단 팔고 보자’는 과당 경쟁으로 위기를 자초한 탓도 적지않다. 이제 업계가 원하는 대로 규제의 족쇄가 풀렸으니 보험사의 책임과 역할도 그만큼 커져야 한다. 차별화된 상품 개발은 물론 불완전 판매 해소 등 개선된 서비스로 소비자의 신뢰와 선택을 받지 못하면 퇴출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보험 상품 자유화가 가격 인상의 빌미가 돼선 안된다. 실손의료보험료 손해율이 130%나 넘어 차제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것은 수긍이 간다. 하지만 과잉 진료 등 보험금 지급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도 크다. 관리는 허술하게 하고, 그 손해를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보험사는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지 못한다. 독일에서는 보험료 자유화 이후 되레 보험료가 안정됐다고 한다. 이번 조치가 보험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업계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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