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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문호진] 면세점, ‘글로벌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사 면세점을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로 키우겠다고 했을 때 “어느 천년에…” 라는 말이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왔다. 서비스업의 대표주자격인 금융업계 4대천왕들도 습관처럼 입에 담던 말 아닌가. 그런데 면세점 시장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괜히 하는 얘기가 아니다. 영국의 글로벌 관광·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세계 면세점 1위는 스위스의 듀프리로 매출이 48억5천만 유로(2014년 기준)다. 글로벌 3위, 아시아 1위인 롯데면세점(33억4600만 유로)과의 격차는 15억4백만 유로다. 이같은 격차를 향후 5년내 따라잡겠다는 게 신 회장의 구상인데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바로 잠실 월드타워점이다. 층고(123m) 기준으로 세계 4위 규모의 월드타워점은 대한한국의 랜드마크 이자 아시아의 관광 메카로 부상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면세점 시장의 큰 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지척에 있는 점도 절대 유리한 환경이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없이도 지난해 155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았다. 이는 방한 외국인(1400만명)의 11%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130만명으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612만)의 21%. 외국인 매출은 3조645억원으로 국내 외국인 관광수입(19조)의 16.1%를 담당한다. 내년말 준공예정인 월드타워점이 가세하면 5년간 총 1350만명의 관광객 유치로 외화수입 29조원 달성과 글로벌 1위 점프가 가능하다고 롯데측은 자신한다. 이에따른 고용창출 효과는 모두 9만6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듀프리가 세계 1위 자리를 꿰차게 된 원동력은 인수ㆍ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다. 듀프리는 2013년 기준 세계 2위 였지만 1위 미국의 DFS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스위스 뉘앙스(7위)를 인수하며 1위에 오른 뒤 올해 월드듀티프리까지 사들이며 DFS와 격차를 벌렸다. 면제점이 관광수지 흑자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점에 눈을 뜬 아시아 주요국도 대형화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작년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면적(7만2000㎡) 면세점을 열었다. 국내 대형 면세점 10곳을 합친 것보다 크다. 소형 면세 취급점 위주로 운영해온 일본도 우리나라의 면세점 모델을 따라 도쿄 시내 중심가인 긴자, 오다이바 등지에 대형 면세점 설치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면세점 업계가 대형화에 나서는 것은 콧대 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바잉 파워’(구매력)을 가져야 보다 싼 가격에 명품을 들여올 수 있고 이는 고객을 끌어모으는 결정적 힘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시장이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독과점 규제론이다.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의 면세점 사업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면세점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면세점은 한 나라의 시장을 놓고 고만고만한 사업자끼리 다투는 내수산업이 아니다. 세계 시장을 놓고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수출산업이다. 롯데와 신라(세계 7위)가 지난 30여년간 수조원을 투자해 키워온 브랜드파워를 스스로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경쟁국만 이롭게 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면세점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중소기업 제품도 판로에 날개를 달 수 있다. 5년 마다 갱신하는 면세점 특허제로는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기를 수 없다. 신규진입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규모가 크건 작건 잘하는 면세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잘하는 우등생을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열등생으로 전락시키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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