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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제한된 이벤트성 상봉보다 남북 민간교류 확대해야
2차 상봉을 끝으로 제 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모두 마무리 됐다. 신혼 7개월만에 헤어진 뒤 65년간 떨어져 산 이순규 할머니(85)에 이어 지난 1972년 홍어잡이에 나섰다가 납북되어 43년만에 어머니를 만난 정건목 씨(64) 등의 감격적 재회는 이산가족문제가 당사자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비극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10시간의 짧은 만남 후 “지하에서 다시 보자”며 또 다시 생이별을 하는 모습이다.

이번 상봉은 1년 8개월 동안 중단됐던 이산 가족의 만남 기회를 되살렸다는데 나름 의미가 크다. 8ㆍ25 남북합의 정신을 살려 북한이 협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예상됐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보한 것이 순조로운 상봉에 큰 힘이 됐다. 눈물의 상봉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 24일, 서해 NLL을 침범하는 등 화전양면의 구태를 되풀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북한도 이번엔 호의적이었다는 게 종합적인 평가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관건은 이같은 협력적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살려가는 데 있다. 생사도 모른 채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6만이 넘는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최우선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더구나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의 고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어쩌면 수년내 직접 당사자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90세 이상 이산가족만 7800명이 넘을 정도다. 지금과 같은 제한된 규모의 상봉 횟수로는 대부분 대상자들은 생사도 알지 못한 채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남북간 장벽을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미ㆍ중국의 대결구도 심화와 확대되는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등은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주변국의 이해관계는 날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더구나 북한의 핵에 대한 기존 노선 변화없이는 화해와 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8ㆍ25 합의 정신으로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풀어냈듯 남북간 이해와 양보가 뒤따른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이번처럼 북한이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호전적인 행동을 자제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일차적으로 남북 당국자가 만나 민간교류 확대를 협의할 필요가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 등이 그 단초가 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5ㆍ24조치 해제도 자연스럽게 검토될 수 있다. 다만 모처럼 형성된 협조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언사나 행동 자제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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