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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양 봇물’ 용인…‘미분양 늪’ 불명예 씻을까
올 분양물량 2만6000여가구 달해
2000·2008년 ‘미분양 악몽’ 재연
중소형 위주 “과거와 다르다” 입장도



분양물량 6725가구, 상담인력 210여명, 셔틀버스 100여대, 동시주차 1만4000여대….

최근 정식 개관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견본주택은 온갖 숫자들로 방문객을 압도했다. 지난 25일 이곳을 둘러보니, 153개의 상담부스에는 빈 자리가 없었고 견본주택 바깥에서는 전망대-주차장-견본주택을 순환하는 셔틀버스 수십여대가 방문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곳곳에선 밴드 공연도 펼쳐졌다. 마치 놀이공원을 연상케 했다. 시공사 측은 “3일간 약 15만명이 다녀갔다”고 했다.

올해 용인에서 2만6000여가구라는 대규모 물량이 공급되면서 웃음을 짓고 있는 이도 있지만, 과거
‘미분양 악몽’이 불거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23일 문을 연‘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견본주택 안에서 청약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이 견본주택은 올해 용인 ‘분양극장’의 절정을 찍었다. 같은 날 전국에서 문을 연 견본주택에 약 30만명이 들어찬 가운데 절반은 이곳이 담당했다.

연초부터 아파트 분양이 빗발친 용인은 ‘분양의 해’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13일 기준으로 이미 공급된 물량은 1만1217가구. 이후 연말까지 1만5443가구가 추가로 공급을 앞뒀다. 연중 분양물량이 2만6000여가구를 찍은 것은 지난 2001년 공급량(2만6221가구) 이후 용인에서 없었던 일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직후에 건설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용인 수지와 기흥 일대에 새 아파트 분양이 쏟아졌던 2000년 초반의 분위기가 재현된 느낌”이라고 했다.

사실 용인은 그간 ‘미분양의 늪’이라는 꼬리표가 지겹게 붙어 다니는 곳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늘어나던 미분양 주택은 2010년 2월 정점(7193가구)을 찍고 소폭 감소했으나 매년 4000~5000가구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8년을 전후로 쏟아진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이 좀처럼 팔리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용인의 분양시장을 바라보는 일반 수요자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과거와 다르다”와 “여전히 걱정”이란 입장이 섞여 있다.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견본주택에서 만난 남미진(47ㆍ여) 씨는 “사람들한테는 ‘용인=미분양’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것 같다”며 “실수요 목적이면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견본주택 주변에 떴다방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 보니까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용인 분양시장은 ‘체질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골칫덩이로 전락한 중대형 물량이 급감했다. 2008년엔 전체 1만863가구 가운데 65.9%인 7155가구가 전용 85㎡를 초과 면적이었다. 60㎡ 이하 소형 아파트 공급량은 2.5%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이미 공급된 1만1217가구 중 85㎡ 이하 면적이 96.2%를 차지한다. 85㎡을 초과하는 물량은 425가구(3.8%)에 그쳐 7년 전과 상황이 판이하다. 내년 2월에는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되면서 앞으로 주택수요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방문객 김효인(40ㆍ남) 씨는 “용인 미분양은 전부 50~60평대 아파트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분양가만 적당하다면 서울이나 경기도 다른 지역에서 전셋집 찾는데 골머리를 앓는 것보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용인은 ‘대형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 지역이고 그걸 거울삼아 중소형 면적 위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기존 아파트의 시세 추이 분석 등을 통해 분양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써브 정태희 리서치팀장은 “지금 용인에 형성된 시장은 과거와 전혀 다른 시장”이라면서 “용인 전체를 하나로 따질 순 없고, 수지ㆍ기흥ㆍ처인구 별로 앞으로 입주 시점에 가서 수요가 붙어줄 것이냐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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