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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마을을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서울 홍은동 '우리 동네 한 바퀴 걷기 행사' 성황

 [나는서울시민이다= 장은희 마을기자]  우리 마을에는 무엇이 있을까?  모두들 집밖으로 나와 마을에서 한바탕 역사와 놀아보자. 사는 것이 바빠 마을에 무엇이 있는지 잊고 지내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관심을 가질만 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여유를 갖고 마을을 한바퀴 걸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는 지난 10월24일 주민들과 함께 '우리 동네 한 바퀴 걷기 행사'가 열렸다. 홍은1동 통장협의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걷기 전 준비 운동을 하는 마을 주민들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북한산 흙 자락길을 걷는 사람들

▲주민들이 한 바퀴 걷는 코스

우리 동네 한바퀴 걷기 행사에는 가족과 친구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나왔다. 심지어 18개월 된 아기를 안고 나선 주민들도 있다. "산에 자주 오르는 데 아이에게도 산속 나무와 풀을 보여주고 싶어 힘들지만 배낭을 메고 함께 오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는 주민들이다.

마을에 살면서 집 뒤 북한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살았다는  한 주민은 "그동안 산에 올라올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 기회에 우리 집 뒷산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살펴보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또 주민들과 함께 걷기를 하면서 맑은 공기도 마실 수 있어서  참 좋네요. 혼자 걷기는 두렵기도 했는데 이렇게 함께 걸으니 정말 좋아요. 또 산에  올라와서 탁 트인 마을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아요. 저 멀리 남산까지 볼 수가 있네요."

장군 바위에 서서  마을의 경치를 내려다보던 한 주민은 감탄사를 잇달아 쏟아냈다.

▲북한산에서 내려다 본 홍은동, 홍제동 마을

이번 걷기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 5.2km를 2~3시간 안에 돌아오는 코스다. 홍은동 실락공원에서 홍록배드민턴장을 지나 불광동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미소 짓는 멧돼지 바위가 기다리고 있고, 장군봉 조망쉼터를 쳐다볼 수도 있다.

그곳에서는 북악산, 인왕산, 안산, 백련산을 지나 멀리 청계산까지 보인다. 장군봉을 지나면 돌산구장 갈림길 정자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헬기장 조망대에서 멀리 족두리 바위와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을 볼 수 있다. 탕춘대성은 홍지문을 중심으로 인왕산과 북한산으로 이어져 있다.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으로 북한산성의 방어기능을 보완하고 군량을 저장하기 위해 1718~1719년(숙종 45년) 두 해에 걸쳐 쌓았는데, 한양의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해 세운 성이다.

▲탕춘대성


북한산은 계곡과 능선이 많아 산행 코스도 다양하고, 볼 곳도 많은 곳이다. 서울에서는 강북구의 우이동, 수유동, 정릉 등 여러 곳에서 오를 수 있고, 종로구에서는 평창동과 구기동, 서대문구에서는 홍은동 실락공원과 포방터 시장, 은평구에서는 불광동과 진관내동 등 여러 곳으로 산행을 하는 코스가 있다.


드디어 오늘 걷기의 마지막 관문인 대남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홍지문

대남문에서 내려오다 보면 상명대학교를 가로 질러 홍지문으로 내려온다.  홍지문 앞 바위에는 마애좌상이 새겨져 있다. 불암 또는 보도각 백불로 불리지만, 조선말기부터 통칭해 '백의관음상'으로 부르고 있다.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의 부인도 고종을 위해 기도했다는 말이 권상로 선생의 <한국사찰전서>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고종 5년(1868)에 명성황후가 정관법사에게 명하여 홍제동 해수관음 곁에 관음전을 지었다"

1973년에는 '보도각 백불'이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되었다. 

▲섬세하고 우아한 마애존상(백의관음상)

홍지문을 지나면 옥천암에 보도각 마애존상(백불)이 있다. 이곳은 고려시대 이래 역사를 지닌 곳이다. 보도각 마애존상은 '백불' 백의관음상' '불암' '해수관음' 이라고도 불린다.

▲백의관음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주민들


마애존상은 온화하면서 근엄한 얼굴, 팔이나 손이 우아하면서도 중후한 형태미 등으로 1090년 입석사 마애불상보다 진전된 특징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다른 불상들과 비교해보니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전반기의 불상으로 평가된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할 때 여기서 기도를 올렸다는 기록이 <용재총화>에 나온다는 설명을 주지스님께서 해주신다. 해설을 듣고 난 뒤 걷기에 참여한 주민들은 그곳에서 비빔밥으로 점심 식사를 마쳤다.

"가까이 살면서 처음 마애불상을 보며 옛 조상들의 솜씨에 놀라울 뿐이에요. 오늘 이렇게 주민들과 이곳에서 역사도 살펴보고 걷기도 하니까 힘든 줄 몰랐어요.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하고 싶어요."

민경애 주부는 마을을 걸으면서 자부심이 생겼다.

서둘러 다시 포방터 중앙공원으로 향했는데 그곳이 마지막 코스인 도착지였다. 그곳에는 간호대학 옆 홍제천 포방터가 있다. 그곳에는 지금 역사적인 자료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포방터의 유래가 전해온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인조 재위 기간 오군영이 오위로 개편되면서 다섯 군영이 되자 '오영문'이라고도 불렸다. 훈련도감, 어영청, 총융청, 금위영, 수어청을 이르는데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은 도성을 직접 방어하는 중앙 군영이다. 총융청, 수어청은 서울의 외곽을 방어했다. 그때 포방터에서 포 연습을 하던 곳에 정식 훈련장이 생기면서 그곳으로 옯겨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한국전쟁 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살면서 시장도 생겨나고 포방터 시장이 생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주민들이 경품으로 찬조한 물품들

마을의 역사와 놀면서 어느덧 오후 2시가 다 되었다. 많은 주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경품 추첨이다. 주민들이 직접 찬조한 경품을 많이 받아갈 수 있어 행복한 오후였다.

사계절이 다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북한산이 바로 서울에 있다. 그래서 자랑스러운 서울 시민이라면 북한산을 걸어 볼만 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마을 뒤에 무슨 산이 있는지 한 번쯤 가족과 친구, 마을 주민들과 걸어본다면 새로운 가을 향기와 추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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