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나는서울시민이다] 인왕시장의 변신
골목시장 활성화 사업…2016년 여름 '고객친화' 공간 탈바꿈 예정

[나는서울시민이다=장은희 마을기자] 고요히 잠든 시간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시장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형 마트의 진출로 전통시장이 점점 문을 닫으면서 일궈놓은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반면에 힘들어도 한 평생 장사하며 시장을 지켜 온 사람들도 있다.

                                          

▲인왕시장 입구

야채 도매 시장인 홍제동 인왕시장에서 40여 년 가까이 장사를 해 온 한남순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남순 할머니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시장에 나와 배추를 다듬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시장에 나와 시골에서 올라온 야채 트럭에서 물건을 내려 소매 상인들에게 도매로 팔고,  다시 아침 8시쯤 되어서야 한 숨을 돌린다.

▲무를 다듬고 있는 한남순 할머니

한남순 할머니는 "해남 땅끝 마을 9남매 가운데 다섯째로 태어나 서울에서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이 판자촌이 있는 홍은동 언덕"이라며 "새색시가 70년대 공동 수도에서 물 한 지게에 20원씩 주고 물을 길어와 생활했다"며 당시 팍팍했던 삶을 회고했다.

그녀의 말처럼 "남편이 벌어주는 돈만으로 살아가기 힘들어 70년대 후반부터 인왕시장에 나와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할머니 가정을 지탱해준 '시장'은 예전의 활기찬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다.  장사가 시들해지자 시장을 떠나는 상인들이 생기면서  시장 골목에 비어있는 가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남순 할머니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시장을 찾게 만들까? " 고민을 거듭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연구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손님들이 주문한 알타리 무를 직접 다듬고, 할아버지는 옆에서 물건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이제 11월이면 김장철인데 맛있는 배추를 고르려면 너무 커도 안 되고 적당한 길이에 속이 꽉 찬 배추를 골라야 합니다. 배추 겉잎의 색깔이 진한 초록색을 띠고 잎줄기는 선명한 것이 신선한 배추죠. 반으로 잘랐을 때는 속이 노란 빛을 띠고 중간은 백색을 띠면 약간 단 맛이 있어서 좋아요."

할머니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알타리 무는 땅이 더운 여름에는 25~30℃라서 딱딱하고 맵지요. 영상 20℃를 지켜야 합니다. 한 여름에는 강원도가 시원해서 알타리가 연하고 맛있어요. 9~10월에는 남부 지방에서 생산된 것을 먹어요. 가을에는 충청도, 전라도 것을 먹지요. 김장철에는 홍성 것이 나오고, 겨울에는 해남에서 온 배추를 먹는데 시원하고 맛있어요.”

배추와 알타리 무에 관한 그녀의 설명에 듣는 사람들은 저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설명은 끝이 없다.

"배추 성분은 수분이 95.6%, 탄수화물이 3.0%, 단백질이 0.9%로 칼로리가 낮아요. 또한 비타민 C와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몸에 좋지요."


인왕시장은 광장형 시장으로 식품, 생선, 잡화, 야채, 옷 등 생활에 필요한 것은 없는 것이 없는 만물시장이다. 멀리 이사를 가도 종종 찾아온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다.

▲멀리 이사 가서도 인왕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김옥연 할아버지

한남순 할머니는 "시장 안이 추워 떨며 장사를 했는데, 10년 전부터 바닥과 지붕을 깨끗하게 정비해서 비나 눈이 와도 맞지 않고 시장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 지붕을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야채를 싣고 나르다보니 흙이 많아 때론 먼지가 많이 일어 목이 아프고 비염을 달고 지낼 때도 있다는 것이다. 상인회에서 회의를 열어 구청과 중소 상인회에게 요청을 했지만 재개발 중이어서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상인들을 위해 수리를 하는 것은 물론 손님들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인왕시장 상인회가 골목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와 지자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5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지원받게 된 것이다. 지원대상인 전국 73곳 가운데, 그것도 서울시 15곳 가운데 인왕시장이 선정된 것이다. 

이재석 상인회 회장은 “1천700평 규모의 인왕시장이 형성된지 50년이 넘었다"며 "240개 넘는 가게중 비어있는 곳은 사회적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시장을 좀 더 깨끗하게 정비해 다양한 먹거리로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6월에 골목형 시장이 정비되면 질 좋은 상품과 친절한 서비스로 고객들을 다시 맞이하겠다는 이 회장의 다짐에 잔뜩 기대가 묻어났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리는 인왕시장 풍물축제

50년 가까이 시장을 지켜온 한남순 할머니의 기대도 남다르다. 이제 시장이 활성화 되면 별 보고 나와 별 보고 들어가는 상인들의 웃는 얼굴을 보게 되어 기쁠 것 같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행복하게 사는 마을을 위해 그동안 침체된 전통시장을 다시 찾으려는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이 정겨웠다. 손님들도 그곳을 자주 찾아 정담을 나누다보면 한남순 할머니와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생겨났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