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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권정민] 음식은 예술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티브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음식과 관련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셰프와 연예인들이 이른바 ‘먹방’에 나서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오디션 형태의 음식만들기 경쟁에 합류했다.

특히 셰프들은 음식을 만드는 행위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고, 전국의 맛집을 찾아 품평회를 하며 음식프로그램 열풍을 이끌고 있다.

미디어의 연예 뉴스에서도 어떤 배우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뭘 어떻게 먹었다더라는 내용이 비중있는 뉴스로 다뤄진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요리하고 먹는 행위 이외에도 음식의 재료, 성분, 음식을 만드는 도구, 패키징, 요리과정, 플레이팅, 음식을 나눠먹는 소비방식까지 식문화 전반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음식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음식을 소재로 전시, 퍼포먼스, 출판, 스크리닝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들이 펼쳐지고 있다.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에서는 ‘와인(Wine)’을 주제로 ‘How wine became modern’ 이라는 전시가 열렸다. 와인이 동시대 디자인 영역과 식문화에 미치고 있는 영향과 새로운 비전을 관객들과 공유했던 전시다. 

또 스톡홀름디자인위크에서 디자인그룹 ‘Another Design Studio’는 독특한 음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12m짜리 하얀 테이블 위에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음식들을 컬러 스펙트럼에 맞춰 배열하고, 한 사람당 3가지 배합으로만 음식을 만들어 한 입에 먹어보게 한 것. 시각, 촉각, 미각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양하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을 동원해 새로운 식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작업도 있다. 최근 푸드트럭을 비롯한 다양한 팝업 레스토랑이 그러한 사례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A Razor’, ‘A shiny Knife’라는 그룹은 식사가 준비되는 장소와 시간을 당일 아침에 공개하고 그 시간에 모인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게릴라 형태의 음식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뉴욕 지하철 안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며 정장을 한 웨이터가 코스 요리를 서빙하는 식이다.

이처럼 음식을 소재로 한 시도들은 전통적인 식사 장소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며 동시에 다양한 감각들을 깨어나게 한다.

지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Curiosity Cabinet- 음식으로 바꾸는 세상’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디자이너, 아티스트, 셰프 등 9개팀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조리법, 식사방식, 요리도구 및 테이블 웨어 등을 공개하며 음식을 예술로 푼 전시다. 먹고 마시는 행위는 그저 단순히 반복하는 일상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개성의 표현이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움직임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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