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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도자기산업 와해 위기
외국산 약진 속 행남자기 매각…한국도자기 판매부진 고전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 국내 도자기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국내 도자기 양대산맥인 73년 역사의 행남자기가 주인이 바뀌었고 한국도자기는 재고 누적으로 일시 공장문을 닫아야 했을 정도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4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도자기시장에서 주요 업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수입도자기 매장에 전시된 생활도자기 제품들.

대신 영국 등 유럽 브랜드들은 고가와 중저가를 망라해 국내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심지어 최근엔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동유럽 브랜드까지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반면 행남자기와 한국도자기는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도자기산업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것이다.

더미디어와 개인투자자에게 매각된 행남자기는 2013년 매출액 449억원에 1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448억원에 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크게 줄었다. 손익을 가늠해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자기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2012년 465억원에 2억여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2013년부터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매출 404억원에 순손실만 35억원. 2014년엔 384억원에 104억으로 더 악화됐다. 올해 실적 역시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포트메리온, 덴비, 로얄코펜하겐, 웨지우드 등 유럽 브랜드들의 약진은 최근 2, 3년 새 두드러진다. 업계 추산으로 유럽 회사들의 매출은 이 기간 두세배 늘어났다는 것이다.

유럽 브랜드들은 고가는 자국산, 중저가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들여오고 있다. 국산이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소리다.

국내 도자기산업의 위기는 시장 트렌드를 읽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80년대∼200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 등 유명 브랜드의 OEM사업에 안주해온 게 결정적 실수였다.

또 디자인과 패턴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을 따르지 못했다. 게다가 연전 불거진 중금속 도자기 파동도 국산 도자기 브랜드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도자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게 결국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의 실패로 이어졌다”며 “이제라도 대중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이에 맞는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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