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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경매시장은 지금 폭풍전야?
사상 최저 경매물건이 불안한 이유

올 수도권 경매 작년동기比 절반
저금리·부동산 부양정책 결과
내년엔 시장 회복 기대감 주춤
美금리인상시 경매 쏟아질 수도



수도권 경매시장에 응찰할 물건이 없다. 아파트, 연립주택 등 주거시설은 물론 매달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이 노리는 수익형부동산도 급감한 탓이다.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에서 물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경기가 회복될 기대감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당장 내년부터 경매시장에 경매물건이 다시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올들어 경매시장에 사상 최저 수준의 물건이 나올 전망이다. 수도권 한 경매시장 모습.


2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수도권 경매시장에 경매 물건은 대부분 작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문다.

아파트 물건은 올해 모두 1만1658건 나왔다. 작년 같은 기간 1만9734건의 59% 수준이다. 월별 기준으로 이달은 23일 기준 640건의 경매가 진행됐다. 작년 수도권 아파트가 월평균 1781건이나 매물로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달이 아직 5일 영업일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감소폭이 너무 크다.

연립 다세대 주택 경매는 올해 1만4944건 진행됐다. 작년 동기(2만1857건)의 68% 수준이다. 이달 연립 다세대 주택 경매는 960건 진행돼 역시 작년 월평균(1985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수익형 부동산’ 상황도 비슷하다. 매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이 경매시장에서 상업시설, 숙박시설 등 적당한 물건을 찾고 있지만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응찰할 물건이 크게 부족하다.

이달 수도권 소재 상업시설(상가, 점포, 시장, 대형판매시설 등) 중 경매로 나온 물건은 381건에 불과하다. 작년 월평균(874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오피스텔도 이달엔 155건 밖에 나오지 않았다. 작년 월평균(292건)의 50% 수준이다.

틈새상품으로 여긴 숙박시설, 목욕시설 등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달 경매가 진행된 수도권 숙박시설(숙박, 콘도)는 5건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까지 수도권 경매시장에서 숙박시설 경매는 월평균 40건을 넘었다. 하지만 8월 16건, 9월 11건, 10월 11건 등으로 급감하더니 이달엔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수도권 목욕시설 경매 진행건수도 올 하반기 월평균 15건으로 작년 21건에 비해 감소폭이 크다.

경매 물건 감소세는 수도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대법원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전국 법원에 경매 신청한 신건 수는 7만3043건에 불과하다. 월 1만건에 훨씬 못미친다. 일반적으로 월평균 1만건, 연간 12만건이 신청되던 것이 올해 뚝 떨어진 것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만건 이하의 신건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경매시장에서 이렇게 물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매매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 수출하락 등 거시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경매시장의 배경이 되는 부동산 매매시장은 상황이 좋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은행 등 채권자는 채무자가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경우 부동산을 경매 처분한다. 그런데 부동산 매매시장이 활기를 띤다면 경매로 처분하는 것보다는 매매시장에서 거래해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올 3~4분기 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경매로 넘어오기 전 매매시장에서 상당수 물건이 처분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1%대 초저금리 상황도 경매 물건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빚을 갚아야할 채무자들이 저금리로 인해 조금 더 버틸 기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회복 기대감과 초저금리 상황이 계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강 소장은 “올해 경매건수가 급감한 것은 저금리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의 결과로 해석해야한다”며 “내년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주춤해지고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갑자기 경매물건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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