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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명정식] 협동조합 3년 가야할 방향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딱 3년이 됐다. 11월말 현재까지 총 8252개가 설립됐으며 조합원수도 5만명을 넘어서 당초의 예상대로 숫적으로는 순조로운 설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당초 협동과 협업을 통해 자본주의에 가린 곳을 펼치고자 했던 기대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았다. 법 시행전 사회적기업이나 생협으로 기능해 오다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일부 협동조합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상당수의 협동조합이 설립 후 제 기능을 못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성공을 단언하기 어렵다.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 문제이다. 협동조합의 정의와 운영원칙, 기본가치 등 정체성에 대한 조합원의 인식태도는 조합에 대한 기대수준과 평가, 만족도에 그대로 반영된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정의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지만 ICA는 ‘협동조직을 통한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향상’ 즉 조합원의 행복추구가 협동조합의 목적이라고 정의 한다. 그러나 미국 농무성에서는 협동조합을 경제적 이익 사업체로 인식하고 있고, 우리의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은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사업에 대한 협업조직으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미래상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공동체 의식의 크기가 본래적 의미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협동’에 대해 수시로 자문해야 한다.

협동조합이 계속 사업체로서 존속을 위해서는 ‘참여’가 생명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수많은 이익조직과 치열한 생존경쟁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근대 협동조합이 탄생했던 동기도 그랬지만 협동조합은 ‘협동과 참여’라는 고유의 무기로 수많은 기업과 경쟁에서 강한 생존능력이 입증됐다. 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목적, 사업의 공개와 민주적 참여절차 및 역할분담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 반대라면 주인의식이 희박해지면서 곧 사업의 정체와 존립의 문제가 수반된다. 협동조합 7원칙 중에 ‘교육의 원칙’이 그 기능을 하게 되며 이는 조직의 규모와 사업이 확대될수록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는 인체에서 혈액과도 같은 것이다. 이를 소홀히 하면 조직은 관료화 되면서 조합원과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간다. 

이제는 우리 고유의 협동조합 모델을 고민할 때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지역 협동조합,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등 협동조합은 위기시에 더욱 빛났다. 우리에게는 계, 두레, 품앗이라는 전통 협동이 아직도 우리 농촌지역의 공동작업과 지역사회를 묶는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시대에 따라서 새마을운동처럼 지역사회 개발운동의 모체가 되기도 했다. 조합의 이상을 지역공동체에 접목한다면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이 자리잡을 것이다. 지구촌은 자본주의의 역기능이 심해지자 따뜻한 후기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고,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사회는 ‘소유에서 공유’로 이전하고 있다. 첨단 자본주의 시대에 협동조합의 소임은 조력자일까, 사회 안전판이 되어야할까? 협동조합은 사람이기에 우리 사회의 미래는 지금 협동조합의 씨를 뿌리는 개척자들의 마음가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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