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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리지 않는 실타래 롯데 사태, 5대그룹 최장기 분쟁 기록 세웠다
[헤럴드경제]재계 5위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신동주ㆍ동빈 형제간, 신격호ㆍ동빈 부자간 소송전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옛 현대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6개월만에 계열분리로 일단락됐던 만큼 이미 5개월을 끈 롯데 사태는 국내 5대그룹 최장기 경영권 분쟁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2016 1월 사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주회사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다수 일본 계열사 이사에서 잇따라 해임될 때까지만해도 롯데의 경영권은 이변없이 차남 신동빈 회장에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더구나 7월 15일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돼 한ㆍ일 롯데를 총괄하는 ‘원톱’ 자리에 오르자 ‘롯데 후계자 신동빈’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같은 달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는 등 ‘쿠데타’를 시도하면서, 잠재된 경영권 갈등의 뇌관이 터졌다. 바로 다음날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는 홀딩스 이사회는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전격 해임, 국면을 원상으로 돌리자 롯데는 큰 혼란에 빠졌다.

이후 5개월동안 신동주ㆍ동빈 형제는 끊임없이 ‘내가 진정한 후계자’라며 경영권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와 주총에서의 ‘법적 승리’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각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법적으로도 양측은 업무 방해ㆍ명예 훼손·해임절차 등을 문제삼아 서로 맞고소한 상태로, 일본과 한국에서 계속 관련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단 12월 초 현재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법정 다툼을 제외하면 다소 ’소강 국면‘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6년도 인사와 경영계획에 몰두하며 행동으로서 그룹 ‘총수’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고,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에 이어 7일 한국에서도 ‘롯데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입장’이라는 국문 홍보 사이트(www.savelotte.com)를 열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 사태에 대해 두 형제 가운데 한 명이 양보해야만 끝날 수 있는 사안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만든 ’황금 분할‘이 결국 이 같은 구도를 촉발한 셈이다.

현재 지주회사 롯데홀딩스 지분 구성 등으로 미뤄, 결국 한ㆍ일 롯데의 총수 자리에 올라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가족(광윤사), 직원, 임원·관계사 3개 주요 주주군(群) 가운데 적어도 두 곳의 지지를 얻어야한다. 신동주ㆍ동빈 형제의 개인 지분은 각각 1.62%, 1.4%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같은 지분 구도를 통해 두 아들 중 한명이 능력으로 임직원의 인정을 받아 한ㆍ일 롯데의 총수가 되기를 원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의 맹점은 ‘밀려난 사람이 쉽게 승복하고 포기할 수 없다’는데 있다.

후계 경쟁자 중 누구라도 어떤 시점에서 우호 지분이 많을 수는 있지만 자신이 직접 보유한 지분만 따지면 결코 절대적이고 항구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말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해임당하고 지난 8월 17일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도 동생 신동빈 회장보다 ‘표 대결’에서 열세에 있음을 확인하고도 여전히 ‘내가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구도를 고안한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 같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바로 잡을 만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손가락 하나로 롯데의 모든 것을 움직이던 카리스마는 이제 더 이상 신격호 총괄회장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롯데홀딩스나 광윤사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을뿐더러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대한 영향력도 미미한 상태다. 신동빈 회장이 장악한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지난 7월 28일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한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신 총괄회장 정신 건강에 대한 ‘이상(異常)’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기대와는 달리 신 총괄회장의 지지나 위임 등이 법정에서조차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적절한 후계자 선정 시점을 놓쳐 결국 두 아들이 무한 경영권 다툼이라는 짐을 안게 됐다”며 “한국 재계 역사상 유례없이 길고도 지루한 경영권 분쟁이 롯데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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