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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마을공동체] “연극 통해 낯선 타국의 삶 위로 받았죠”
-성동 다정극단, 결혼이주여성 친정 역할 톡톡
-서툰 한국말로 첫 공연…배우ㆍ관객 눈시울 붉혀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성동청소년수련관에서 연극 ‘성동마을에 사랑걸렸네!’가 펼쳐졌다.

연극은 사랑과 행복을 찾아 땅으로 내려온 6명의 선녀들이 땅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서툰 한국말로 연기를 선보였고 공연이 끝날 무렵엔 배우 관객 할것 없이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멋진 연기를 펼친 주인공들은 베트남ㆍ필리핀ㆍ중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이들은 지난 8월 결성된 ‘성동 다정극단’의 단원들이다.

성동구 다문화 마을공동체인 성동 다정극단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친정같은 극단’이라는 뜻이다.


극단은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주민모임 간 연계사업’에 선정돼 서울시와 성동구의 지원을 받으며 공연을 준비해왔다.

9일 연극의 주인공들을 만난 곳은 이들의 아지트(?)인 다문화 카페 ‘이음터’였다.

이곳은 지난해 성동구가 마련해준 다문화가족 커뮤니티 공간으로 다문화 가족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본적으론 나라별, 동아리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식생활교육 자조모임, 바리스타 실습교육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한켠에선 베트남에서 온 다문화 결혼 이주여성들이 연극 대본을 출력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극단을 후원하는 이남숙 아시안프렌즈 대표는 “지난 공연은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교육연극”이라며 “단원들이 처음 연극을 접하는 데다 한국어도 서툴러 연습이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처음 도전하는 연극이라 어려움도 많았다. 


서툰 한국어 탓에 대사의 맥락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이주민 연기자들, 가사와 육아로 들쭉날쭉한 연습시간, 자녀들과 분리되지 않은 연습 공간 등 열정만으로 밀고 나가기엔 버거웠다.

이 대표는 “첫 만남부터 리허설까지 통틀어 겨우 8번의 연습만을 거쳤지만 그간의 연습과정에서 쌓여온 땀과 노력의 결실이 공연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고 밝혔다.

8년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이민정(2010년에 귀화) 씨는 “연극을 마쳤을 때 모두가 함께 울어주고 관객들이 용기를 내라고 한마디씩 해주었을때 감동을 받았다”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우리 엄마가 연극배우’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모든것에 자심감이 넘쳤다”고 밝혔다.

함께 연극에 출연한 진지홍(2014년 귀화) 씨는 고향인 중국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지 12년째다.

한국말도 익숙하고 한국이 더이상 낯설지 않은 베테랑이다. 


진씨 역시 “단원들 모두 국적이 다른곳에서 온 여성들이였지만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로를 챙겨주다 보니 이젠 모두 친자매들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씨는 “우리가 겪은 이야기들로 만든 연극이라 공감대가 형성됐고 연극이 끝난 지금은 서로 낯선 타국의 삶을 위로 받고 더욱 결속력이 생긴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성동구에는 성동 다정극단을 필두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선정돼 활발히 활동하는 여러 다문화 가족 모임들이 있다.

한국 노래와 춤을 통해 한국어능력을 향상시키고, 이웃 다문화가족들과 함께 어울리며 친목도모를 하는 등 한국을 제2의 고향 삼아 각양각색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성동구 마을공동체 관계자는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작은 모임들이 결혼 이주여성들의 낯선 타국에서의 삶을 위로해주며, 그들의 생활을 응원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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