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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출자녀 문제상담 요청해도 “아이가 비정상, 나는 잘못 없다”…‘무책임한 부모’가 아이 겉돌게 해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왜 집을 나왔냐고 물으면 100이면 100 ‘그냥요’, ‘몰라요’, ‘기억 안나요’라고 답해요. 어른에 대한 불신이 큰 거죠.”

9일 서울 금천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최은영 상담ㆍ교육문화팀장은 청소년들의 가출 사유를 묻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금천청소년 쉼터에는 17명의 여성 가출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쉼터에 몸을 의탁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대개 집을 나와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준말)을 전전하다 왔다거나, 경찰 등의 의뢰로 들어온 경우, 혹은 부모ㆍ형제와 마찰을 빚은 후 무작정 쉼터로 직행한 경우 등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청소년들 가운데 가출 후 성매매 등 범죄의 유혹에 빠져 죄를 저지른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최 팀장은 “기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이용하려는 이들을 의지하다보니 범죄의 길로 접어든 경우가 적잖다”며 “아이들을 무작정 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어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으로 이들이 ‘어른’의 진심어린 조언을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이 쉼터에 머물던 이주형(가명) 양도 자신을 새아버지의 폭력에서 구해내지 않았다며 어머니를 원망했다. 어머니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지만, 그래도 어린 아이였던 자신을 데리고 새아버지에게서 벗어나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양은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가정 불화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적잖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쉼터를 떠나도 가정이나 학교로 복귀하긴 어렵다. 이에 쉼터 측은 가족관계 회복을 위해 가출청소년들에게 가정방문을 권유하는 한편 청소년의 부모에게도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최 팀장은 “많은 부모들이 상담을 권유하면 ‘아이가 비정상인데 왜 내가 상담을 받아야 하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서 “가정이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위기와 탈위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청소년의 가출횟수 및 청소년쉼터 이용경험에 따른 집단 특성 검증’에 따르면 청소년쉼터에서 6주간 보호지원을 받은 아이들은 가족관계, 자존감 등 행동과 태도 전반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지만, 이같은 효과는 퇴소 6개월 이내에 소멸됐다.

쉼터에서 보호를 받아 가정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더라도 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위기와 탈위기를 반복하는 회전문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최 팀장은 “쉼터에 머무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가를 먹고싶다’는 말”이라면서 “실제로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욕구를 먹는 걸로 충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연구위원도 “가출 행위 자체보다는 원인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우선돼야 한다”며 “예컨대 청소년 생애가출경험률을 비행, 일탈 정도를 파악하는 척도가 아닌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지원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표로 활용해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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