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8,000 미터 16좌 완등을 이룩한 산악인 엄홍길과 그가 사랑했던 대원들의 감동적인 실화를 담은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가 곧 관객들 앞에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최초로 공개된 '히말라야'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목요연했다. '히말라야'는 한 사람의 성공신화도, 애절한 남녀간의 멜로도 없지만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히말라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이미 있었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작업은 장단점이 명확히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을 유발하기에는 좋은 여건으로 작용한다. 반면 실화이기 때문에 현실감을 지나치게 벗어난 과한 픽션이 첨부된다면 보는 이들의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히말라야'는 전자와 후자의 경계선을 절묘하게 지켜냈다.
주인공 엄홍길 역을 맡은 황정민은 주위의 만류에도 자신과 함께 했던 동료의 시신을 찾아 나선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뇌에 찬 대장의 모습을 감동적이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그려낸다. 그의 유연한 연기력에 관객들은 황정민이 아닌 인간 엄홍길에게 빠져든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하는 열혈사나이 박무택 역의 정우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뒤쳐지지 않는 존재감을 나타낸다. 구수한 사투리 연기와 유쾌함 뒤에 감춰진 진중함은 정우의 완전한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국민배우의 반열에 들어선 황정민, '응팔'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했던 '대세 배우' 정우, 개성 넘치는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김인권, 홍일점 역할의 라미란까지, 이들의 연기경력을 합치면 50년을 훌쩍 넘길 정도로 그 내공은 대단하다.
영화 속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력 속에는 사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난다. 실제로 출연진들은 작품을 위해 실제 엄홍길 대장이 이끌었던 원정대를 방불케 할 만큼의 사전 훈련을 받으며 히말라야 원정대원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런 열정에서 나오는 모습은 연기의 영역을 넘어선 진실된 감동을 전한다.
'히말라야'의 메가폰을 잡은 이석훈 감독은 감동과 실화라는 충무로 불변의 흥행코드를 탄탄한 스토리와 자연스러운 전개로 녹여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쌍끝 천만배우'인 황정민은 주연을 맡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감성적인 연기가 어울리는 정우의 활약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여기에 정우의 아내 역할로 출연한 정유미는 화룡정점.
'히말라야'는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패를 모두 가지고 있다. 흰 눈이 내리는 12월, 새하얀 히말라야 산에서 펼쳐질 가슴 뭉클한 감동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영화 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낼 것이다. 오는 12월 16일 개봉.
이슈팀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