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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연캠프 기자체험기] “외제차 한대 날라갔네” …피워없앤 담뱃값 계산하자 여기저기서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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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경험 공유하는 과정에서 금연 의지 다져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송년회로 한창 바쁜 시기다. 술자리가 많아 금연한 사람은 재흡연의 유혹이 크다. 흡연자의 흡연량은 늘어난다. 술만 마시면 더 땡기는 게 담배다. 열 받는 일 많은 직장인들은 술과 담배로 화를 달랜다.

기자도 흡연자다. 한창 담배의 유혹이 많은 시기 서울금연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금연캠프를 신청했다. 연초에 세웠던 금연 결심은 이미 잊혀진 지 오래됐고, 다가오는 새해라도 끊어보자는 심산이었다. 

금연캠프 참석자가 그룹 활동을 통해 자신의 흡연 역사를 계산하고 있다.[사진=서울금연지원센터]

4박5일의 치료형 금연캠프는 시간적으로 참여가 어려웠다. 1박2일 일정의 캠프가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1박2일 캠프로 과연 20년간 피워 온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없지 않았다.

지난 12일 주말 동안 경기도 교외에서 진행된 캠프에는 19명의 참석자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남성이었고, 유일한 여성 참여자는 남편과 같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등록카드를 작성하고 본격적으로 캠프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날 캠프를 총괄한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수차례 금연에 실패한 이들의 금연 의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는 자극적인 동영상과 사진 자료를 보여주는 대신 ‘담배 이야기’, ‘니코틴 중독’, ‘재흡연 방지 전략’ 등 강연과 강의 중간중간 그룹활동을 통해 담배와 관련한 이야기 중심으로 진행됐다.

캠프에 참여한 동기는 제 각각이었다. 미국 치의학전문대학원을 휴학 중인 이모(31)씨는 “공익근무를 마치고 잠시 쉬는 차에 우연하게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내년에 회갑을 맞이하는 장모(59)씨는 “40년간 담배를 피웠는데, 60년 살아 온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흡연 역사를 따져보고 그동안 소비한 담뱃값을 계산하는 과정에서는 테이블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외제차 1대 날라갔구먼”, “옛날 같으면 집한채 사고도 남았을 텐데….”

그룹 활동을 진행하는 의료진은 “어차피 지난 일이니까 후회할 필요는 없습니다. 흡연 연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금연했을 경우 그만큼 저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편해집니다”고 했다.

담배라는 화제를 하나 놓고 조원들간 이야기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선천적으로 담배 권유는 마다하지 못한다는 이도 있었고, 습관성으로 하루 2~3갑을 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헤비스모커’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얘기를 풀어 놓았다.

조원들간에 담배를 피우는 이유에 대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조원들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담배를 피워왔다는데 공감했다. 그러나 명 교수는 니코틴 부족에 의한 금단증상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흔히 스트레스 받아서 담배를 다시 피게 되는 걸로 알고 있지만, 흡연자의 니코틴 사이클을 살펴보면 니코틴이 부족해지는 2시간 간격으로 다시 담배를 피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흡연자들이 만들어 낸 구실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참석자 대부분은 담배를 못 피워서 불안해하는 증상이 금단증상인 줄로만 알았지만, 그러한 증상이 없더라도 담배를 다시 물게 되는 것이 금단증상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참석자들은 다소 충격을 받은 듯했다.

금연캠프 참석자가 그룹 활동을 통해 금연결심카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서울금연지원센터]

강연에서도 흡연자들의 신체가 이미 니코틴의 지배를 받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니코틴 패치나 금연껌을 활용해 서서히 금연 기간을 늘려볼 것을 추천했다.

이후에도 계속된 그룹활동을 통해 서로의 금연 시도 경험, 그리고 더 나아서 삶까지 공유하면서 금연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밀려왔다. 결국 개인의 의지가 금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만, 이날 참석자들과 서로 격려하면서 금연 의지를 다지는 과정에서 ‘왠지 금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금연캠프의 클라이막스는 금연 후연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었다. 금연 결심을 하면서 주변에서 금연에 도움을 줄만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직접 보내는 시간이다.

20년간 담배를 피워 온 기자는 아내에게 한 통, 아버지에게 한 통을 썼다. “학창시절 20년, 담배 피워 온 20년을 보냈습니다. 이제 앞으로 20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은 담배가 없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이 시간 만큼은 참석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자신의 결심을 공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금연 약속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 편지가 도착할 때쯤에도 담배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 보면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의 힘이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금연캠프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갈무리하는 자리에서 명 교수는 “그냥 하는 인사말로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화들짝 놀란다”며 “캠프를 거쳐간 이들이 모두 금연에 성공해 다시는 자신을 볼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웃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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