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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딩도 미술처럼”…홍콩의 아트컬렉터 사무엘 추를 만나다
-사무엘 추 피닉스프로퍼티인베스터즈(PPI) 대표 본지 단독 인터뷰


[헤럴드경제(홍콩)=김아미 기자] “땅은 좁고 부자는 많다.”

인구 700만의 도시 홍콩. 이 중 20만명은 순자산이 1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30여명 중 1명이 백만장자라는 홍콩은 그야말로 땅은 좁고 부자는 많은 글로벌 도시다.

마천루 빼곡한 홍콩이지만 도시는 여전히 개발중이다. 빅토리아하버를 중심으로 홍콩섬과 구룡반도 일대는 고층빌딩을 쌓아 올리는 기계음이 끊이지 않는다. 

사무엘 W. T. 추 [사진제공=PPI]
타워535에서 만난 사무엘 추. [사진(홍콩)=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겨울의 문턱에서 홍콩을 찾았다. 홍콩섬 최대 번화가이자 상업지구인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 재페로드(Jaffe Road)에는 이 지역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타워535’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세계적인 건축회사 SOM이 설계한 25층짜리 건물로, 2017년 전까지 사무공간과 쇼핑센터를 겸한 럭셔리한 공간으로 대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타워535 프로젝트를 주도한 건 ‘피닉스프로퍼티인베스터즈(Phoenix Property InvestorsㆍPPI)’다. PPI는 홍콩에서도 손꼽히는 부동산 개발회사다. 

홍콩섬 최대 번화가인 재페로드에 들어설 타워535 외관. [사진(홍콩)=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상하이 크리스탈갤러리아 앞 프랑스 작가 나탈리에 데코스테의 청동 작품. [사진제공=PPI]


PPI의 프로젝트는 남다르다. 비즈니스에 아트를 접목하는 PPI의 창업주이자 공동 대표인 사무엘 추(Samuel Chu)의 ‘까다로운 취향’이 전적으로 개입된 탓이다.

추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파이낸스를 전공하고, 시카고대학에서 MBA를 마친 후 월가에서 인베스트뱅커로 경력을 쌓았다.

2002년 홍콩을 기반으로 PPI를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상하이, 타이페이, 자카르타, 도쿄, 싱가포르, 마닐라, 서울 등 아시아 전 지역에서 수십개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오고 있다.

PPI는 현재 한국에서도 SK D&D와 공동으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인근에 들어설 오피스 건물로, 올해 12월 착공해 2017년 12월 완공 계획이다.

세계적 호텔 체인인 홍콩 랭함호텔(Langham Hotel) 가문의 일원이기도 한 추는 미술시장에서는 아트 컬렉터로도 명성이 높다. 

상하이 크리스탈갤러리아 내부에 서 있는 높이 30m 짜리 금빛 기둥 조각. [사진제공=PPI]


지난 11월 28일 타워535에서 사무엘 추 PPI 대표를 만났다. PPI가 완공 이전 타워535 내부를 언론에 공개한 최초의 자리이기도 했다.

‘부자는 많고 땅은 좁은’ 홍콩의 미래 비전이 ‘아트’에 있듯, PPI 프로젝트의 차별화 전략 역시 아트에 있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아트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홍콩의 면모가 한 기업가의 마인드에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 미술품이 필요하죠. 그래서 컬렉션을 하기 시작했어요. 한 10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우리가 짓는 빌딩은 하나 하나가 아트 피스(Art piece)입니다.”

추의 컬렉션 스펙트럼은 넓다. 정판즈, 장엔리 등 중국 근ㆍ현대미술가는 물론, 일본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 대만의 조각가 주밍(Ju Ming), 독일의 여류작가 칸디다 호퍼(Candida Hofer), 미국 화가 샘 프란시스(Sam Francis) 등도 컬렉션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그의 컬렉션은 자택이나 수장고에 보관돼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가 짓는 빌딩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상하이 크리스탈갤러리아(Christal Galleria) 앞에는 프랑스 작가 나탈리에 데코스테의 높이 7.5m짜리 청동 조각(‘Time is passing’)이, 건물 내부에는 1층에서 6층까지 닿는 높이 30m 짜리 금빛 기둥 조각이 있다.

아방가르드 미술 운동의 하나인 ‘큐비즘’에서 영감을 받은 건물도 있다. 2010년 코즈웨이베이 지역에 세워진 25층짜리 ‘큐부스(Cubus)’는 피카소의 그림처럼 기하학적인 단면에 야간 조명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건축회사 ‘우즈 베이곳(Woods Bagot)’이 설계한 이 건물은 2011년 ‘아시아퍼시픽프로퍼티어워즈’의 베스트 리테일 건축 분야에서 ‘파이브스타’ 상을 받기도 했다. 

‘더 모간’의 그랜드 로비 전경. [사진제공=PPI]


고미술에도 관심이 많은 추는 2017년 미드레벨 지역에 들어설 28층짜리 럭셔리 빌딩 ‘더 모간(The Morgan)’의 로비를 100년 된 페르시아산 러그로 장식할 예정이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미술시장 역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왕웨이 같은) 빅 컬렉터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그렇지만 나는 투자를 위해 컬렉션을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팔리는 미술 작품을 사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삽니다.”

중화권의 부자 아트 컬렉터들이 종종 최고로 비싼, 최고의 작품을 손에 넣어 유명세를 얻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추는 미술품 수집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컬렉션의 제 1조건 역시 ‘내가 그 작품을 좋아하는가’이다.

“저는 잭슨 폴락도, 루시안 프로이트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인기가 있고 없고는 내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산다는 겁니다. 아직까지 수집품을 팔아 본 적도 없습니다.”

미술품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그는 중국 고미술 모임과 같은 컬렉터들의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거나, 아트페어나 옥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가고 있다.

“로컬 아트스트들과 함께 일하고 있하면서 그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새로 짓는 빌딩에 필요한 조명이나 가구, 핸드 페인팅 작업을 그들에게 맡기는 겁니다.”

추는 단순히 그림을 수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와 연계해 작가들도 지원하고 있다. 향후 프로젝트에서도 지역 작가들과의 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안목높은 아트 컬렉터 사장님을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무엘은 무척 까다로운 사람입니다. 빌딩 내부 마감 하나하나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린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의 철학에 공감하기 때문이지요.” <제니 완(Jenny Wan) PPI 어시스턴트 바이스 프레지던트>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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