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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집시법 개정안: 복면제거 명령권 신설해야 - 안준성(법무법인 세한 미국변호사ㆍ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헤럴드경제] 지난 달 25일 새누리당은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명 ‘복면금지법’으로, 불법폭력집회 시,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는 복면 등의 착용을 금지한다. 이틀 후, 법무부 장관은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복면을 착용한 폭력 행사자에 대한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복면금지 논란이 일었다. 

집시법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불법폭력집회의 도구로 쓰이는 총포, 쇠파이프 등의 제조, 보관, 운반행위까지 형사 처벌한다. 휴대 및 사용 행위만을 규제하는 현행법 보다 대폭 확대됐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둘째, 폭행 또는 폭력 등으로 질서유지를 할 수 없는 경우,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하는 복면착용 등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건강상의 이유나 신원을 감춰야 하는 부득이한 이유 등이 예외사항으로 포함된다.

미국의 경우, 각 주별로 복면금지 여부를 결정한다. 뉴욕주 형법상 복면착용은 범죄가 아니다. 주차위반과 유사한 위반행위로 최대 구류 15일이다. 집회 또는 시위행위 규제가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는 ‘배회(loitering)’ 행위규제이다. 2004년 뉴욕연방항소법원은 복면금지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복면금지 조항의 합헌판결이 아니다. KKK단의 마스크 착용행위는 미국연방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기에 표현력이 부족했다고 판시했다. 독립적인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중복된 표현이며, 흰색 가운과 고깔모자만으로도 충분한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우, 복면금지 조항이 없다. 영국경찰은 폭동 시, 변장도구에 대한 제거명령을 할 수 있다. 위반 시, 최대 징역 1월이다. 두 가지 선제조건이 있다. 첫째, 경찰은 반드시 정복차림이어야 한다. 둘째, 권한 발동 시, 근거조항, 해당지구대 및 적용기간에 대한 구체적인 서면작성 및 서명이 의무화된다. 캐나다의 경우, 폭동 또는 불법집회에 한해서 복면착용을 금지한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합법집회에 대해서 복장규제를 하지 않는다. 캐나다 형법상 독립범죄가 아니고 다른 범죄와 함께 발생할 경우 가중처벌 대상일 뿐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법체계 국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복면착용을 전면금지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 공공장소 배회, 잔류, 또는 정기적인 종교집회에 한해서 적용된다. 영국은 관련규정이 없고, 캐나다는 폭동 및 불법집회로 한정된다. 둘째, 제한행위 범위가 좁다. 미국과 캐나다는 착용행위, 영국은 착용 및 휴대행위만을 제한한다. 우리와 비슷한 집시법 체계를 가진 독일의 경우에도 착용 및 방어무기소지 등의 휴대행위까지만 규제한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적극 보호받아야 하나, 폭력집회는 지양돼야 한다.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보다 균형 잡힌 절충안이 필요하다. 영국사례 처럼 폭력 집회 및 시위에 한해 마스크 등의 복면도구를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다만, 신원확인이 가능한 정복경찰만 발동하고, 해당지구대 연락처 및 경찰관 서명 등 구체적인 사항이 담긴 확인증 교부도 병행돼야 한다. 집시법 개정과 더불어 경찰권 발동을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내로 국한시키는 경찰비례의 원칙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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