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안부담판합의] 日 전향적 태도...'보이지 않는 손’ 美 있었다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지난 24년 간 난제로 남아 있던 위안부 문제가 마침내 해법을 찾은 배경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한일 두 나라 정상간 조기 타결 의지 외에 물밑에서 ‘보이지 않는’ 미국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일 두 나라는 28일 외교 장관 회담을 통해 양국은 위안부 문제의 첨예한 쟁점이던 ‘법적 책임’ 논란을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식으로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또 사죄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의 입장을 표명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軍) 위안부 문제 담판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앞서 악수하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2015.12.28


기시다 일본 외무 장관은 이날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의 입장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양국은 이행조치와 관련, 한국이 재단을 설립하고, 여기에 일본 정부가 예산으로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 동안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두 나라간 난제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해법이 도출된 데는 우리 입장에서는 최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진 한미동맹이 위안부 문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데 부담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이 위안부 협상 카드를 전격적으로 제시한 이후 외교장관 회담 직전까지 미국을 끌어들이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위안부 난제와 관련된 미국의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일 양국의 전격적인 위안부 협상에 대해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는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침묵은 그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과거보다는 미래를 강조해 왔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할 때 일본의 적극적인 위안부 해결 의지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전격적인 위안부 협상 제시에는 물밑에서 미국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거란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복수의 일본 언론들은 28일 양국 외교 수장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최종 타결할 경우 내년 3월 미국에서 양국 정상이 최종 타결을 확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를 계기로 공동 문서를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한ㆍ미ㆍ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27일 일본 정부가 한일간 군위안부 문제가 타결될 것에 대비해 미국에 환영 성명 발표 준비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냈다. 미국 정부의 성명 발표로 위안부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 처럼 위안부 협상에 자신만만하게 미국을 끌어들이는 데는 미국 측의 시각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군사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한ㆍ미ㆍ일 3각 안보 협력을 최우선의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위안부 난제에 대해 일본이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한국은 과거사와 경제ㆍ안보이슈를 분리하는 형태로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 왔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엄청나게 지독한 인권침해(terrible egregious violation of human rights)”라며 일본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언급은 당시 공동기자회견 발표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시에 “이런 과거사를 둘러싸고 있는 긴장을 해소하는 동시에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고 어떻게 하면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며 과거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점을 더 강조했다.

올해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위안부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한국은 과거사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워싱턴 외교가의 기류가 다수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강고한 동맹을 감안할 때 우리 입장에서도 명분을 지키는 파국보다는 타협점을 찾는 해법을 모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sr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