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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슈퍼리치 결산]올해의 기술-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SW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 선정 올해의 기술
-車업계 놀래킨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SW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희대의 사기극’으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소프트웨어(SW)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뒤흔든 ‘신기술’로 손색이 없다.

‘클린디젤’ 신화를 산산조각 낸 이 소프트웨어는 주행 중과 인증시험 중인 상황을 구별해 시험 중일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가동되게 하고 일반 주행 때는 가동되지 않도록 한 일종의 ‘속임수’ 기술이다. 주행 중에는 질소 산화물(NOx)이 최대 40배 더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엠블럼

이와 관련 자동차 업계에서는 “독일의 간판기업 폭스바겐이나 되니까 이같은 첨단 기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는 비꼬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조작기술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국내 폭스바겐 차주 대부분이 리콜에 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폭스바겐이 리콜을 실시하면 차량에 장착한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해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연비와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폭스바겐그룹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이유는 미국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회사 측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부터 ‘EA 189’ 엔진이 탑재된 차량에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고 시인했다. 통상 리콜사태는 제조사가 인지하지 못한 결함에 의한 것이지만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처음부터 의도된 사기행각이었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공분을 샀다.
 
한스 디터 푀츄 폭스바겐그룹 감독 이사회 의장,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CEO

지난 9월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른바 ‘디젤 게이트’는 이후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국내외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졌고, 급기야 3000cc급 디젤차량과 폭스바겐그룹의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디와 포르쉐에서도 배기가스 조작장치가 발견됐다.

미 당국은 폭스바겐의 골프, 비틀, 파사트 등 조작장치가 탑재된 차량이 48만여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당 3만7500달러씩 모두 180억달러(약 20조원) 벌금을 물릴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환경부가 폭스바겐 차량에서 배기가스 배출장치를 불법 조작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차량에 리콜 및 판매정지 명령을 내렸다. 또 제작사에는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폭스바겐그룹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습 국면에 들어간다. 마티아스 뮐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내년 1월부터 유럽지역부터 리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에 판매된 850만대가 리콜 대상이며, 이중 240만대는 독일에서 판매된 모델이다.
  

뮐러 CEO는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태의 원인으로 개인의 부정행위와 내부정책의 결함, 부정행위를 용인하는 회사 일부의 사고방식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원천적으로는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으로 이뤄진 가족경영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는 폭스바겐의 지배구조를 북한의 지배구조에 비유하면서 “독재적 리더십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정상적인 지배구조가 실종된 상태”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폭스바겐그룹 12개 브랜드 로고

1938년 설립된 폭스바겐의 77년 역사는 창업주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후손간 권력다툼으로 점철돼 왔다. 독일의 국민차 ‘비틀’을 만들었던 천재 공학박사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아들 페리 포르쉐와 딸 루이제 포르쉐 남매다.
 
폭스바겐그룹의 가문전쟁은 3대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페리의 아들 볼프강 포르쉐와 루이제의 아들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독일 최대 ‘자동차 제국’을 놓고 암투와 연합을 거듭하면서 그룹 지배구조는 기형적으로 변질됐다.

피에히는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쫓겨났고, 포르쉐가 뒷배였던 마르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디젤 게이트의 책임을 지고 지난 10월 사임했다. 그러나 현재의 CEO인 뮐러가 피에히 전 이사회 의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스바겐의 ‘리더십’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의 자산은 448억유로(57조2700억원)로, 유럽 최고 부호 가문으로 평가된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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