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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의 선전포고?…사우디 vs 미국, 석유전쟁 장기화된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미국간 석유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내년에도 저유가의 역설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사우디가 최근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긴축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본격적인 석유전쟁에 대비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가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정난에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은 저유가의 고통을 오래 견딜 준비를 위한 준비작업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우디가 980억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비용 절감과 에너지 보조금 석감, 민영화 등의 개혁 조치를 발표한 것은 감산 없이 석유 생산량을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석유를 생산해 헐값에 버리다시피 하는 사우디의 전략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은 “사우디는 저유가를 감내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사우디는 OPEC 비회원국이 조만간 코너에 몰릴 수 뿐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에 비해 낮은 원유생산 비용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이 저유가로 인해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백기투항하게 되면, 원유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결국 OPEC이 승리하게 된다는 전략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회장도 “사우디는 어느 나라보다 시장이 균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 때 OPEC에서 2번째로 많은 원유를 수출했던 이란도 핵개발 관련 제재가 풀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석유 생산량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저유가를 풀 열쇠를 쥔 사우디와 이란 등이 되려 생산량을 늘림에 따라 내년에도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삭소뱅크의 한센은 “이란은 제재가 해제되면 몇 주 안에 하루 50만 배럴을 시장에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으며 리비아도 내전이 끝나면 석유 생산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앞서 지난 29일(현지시간)부터 연료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국내 휘발유 가격을 최고 67%까지 전격 인상하는 긴축조치를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그간 재정적자 우려에도 “외화 보유액이 충분하다”며 재정 건전성엔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번 보조금 축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비상’ 긴축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번 사우디 정부의 결정에 따라 고급 무연휘발유는 리터당 16센트에서 24센트로 50% 오르고, 보통 휘발유는 12센트에서 20센트로 67% 급등했다. 1971년 이후 지난 44년간 사우디에서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은 9차례에 불과하다.

사우디 정부의 이번 보조금 대폭 삭감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걸프 지역 산유국에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UAE)는 8월부터 연료보조금을 폐지한 바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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