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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강서구 남자들의 농구사랑 '아보사'
동네 농구 모임‘아보사’의 열정

일요일 오후 3시, 오전에 내린 비로 운동장은 텅 비어있었다. 그런데 한 쪽 구석 농구 코트에만 20명 남짓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젖은 농구코트를 마포걸레와 손걸레로 닦고 발로 밟아 말리고 있었다.

비단 이날 만이 아니다. 맑은 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비가 온 날도 오후에 비가 그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멤버들은 농구를 하기 위해 바닥 말리기를 한다. 그들은 농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뭉친 ‘아보사’의 멤버들이다.

 

▲ 코트를 청소하는 아보사 멤버들

‘아보사’는 프랑스 건배사에 주로 사용되는 ‘A votre sante! (아 보트르 쌍떼!)’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의 이니셜을 따서 지었다.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농구를 한다며 코트를 청소하는 모습에서 귀찮고 힘들기보다는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많이 묻어나 보였다.


강서구 남자들의 농구애(愛)

“주말에 농구하러 나오기 위해 미리 청소나 설거지를 하죠.”

매주 농구하러 나오는 것이 미안했던 주상열(38·회사원) 씨가 면죄부로 시작한 것이 집안 일이다. 그는 농구 덕분에 집안 일을 더 많이 도와주게 되었다고 말한다. 가끔은 4살, 6살 된 남매와 함께 농구장을 찾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열심히 농구하는 아빠를 응원하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가 지면 인근 주택가 사람들을 배려해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지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1분이라도 일찍 도착해 농구를 더 하려고 평일 오후에도 뛰어오는 멤버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시작 시간은 달라도 끝나는 시간은 항상 같다. 학교 경비 아저씨의 ‘이제 문 닫아야 하니까 정리해요.’ 소리가 들리면 집에 갈 시간인 것이다.


10대부터 40대까지, 실력보다는 열정으로

‘아보사’ 모임이 특이한 것은 13세부터 40대까지 그 구성원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구단주(47세, 김창준)는 “처음에 아들과 함께 농구하려고 자주 오다보니 계속 보이는 얼굴들이 생겼고 제가 농구를 잘 못해서 사람들에게 먼저 농구하자고 말하면서 결성됐죠. 그러다보니 10대부터 멤버가 구성됐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보사는 2013년 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실제 활동하는 회원만 30명이다. 회원모집 홍보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모인 열정 회원들이다.

조준영(염창초 6학년) 학생은 ‘스테판 커리’와 같은 농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혼자 농구를 연습하다가 농구를 알려주던 아보사 멤버에 의해 가입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농구를 할 때보다 경기를 많이 뛰지는 못하지만 저보다 잘 하시는 분들에게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어 좋아요.”

조준영 학생은 언제 와도 농구를 할 수 있어 좋다며 언제까지나 아보사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팀을 나눠 경기를 하는 아보사 멤버들

아보사 멤버에게 농구란 인생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발을 들여놓은 사회조직이 아보사다. 형님들에게 농구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 배우고, 저 또한 10대들에게 조언해 준다. 10대부터 40대까지 있다 보니 다양한 생각들을 알게 되고 그만큼 저도 성장하는 것 같다.”

김기범(21·대학생) 씨가 아보사에서 조직 운영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농구에 있어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멤버들 하나하나를 아우르는 구단주가 존경스럽다”는 주상열 회원, “아들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아보사 나오는 것이 즐겁다”는 김창준 구단주…

아보사는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지만 부자(父子) 간에 또는 선후배간에 인생과 열정을 나누는 곳이었다.

“격한 운동이니 만큼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보사가 오랫동안 지속돼서 나중에는 손자와 함께 오고 싶다”고 입을 모으는 아보사 멤버들은 “2016년에는 더 발전된 농구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아보사에서 농구와 인생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주말 오후 강서구 영일고등학교에 있는 농구장으로 오면 함께 할 수 있다. ‘아보사’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나는서울시민이다=김현정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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