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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리스트는 왜 AK-47을 들었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15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테러에는 ‘AK-47’이라는 자동 소총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1월 프랑스 파리 샤를리 엡도 테러에서부터, 2월 덴마크 코펜하겐 테러, 3월 튀니지 바르도 국립박물관 테러, 6월 튀니지 수스 테러, 그리고 11월 ‘13일의 금요일’ 파리 테러까지… 1990년대에도 이 무기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연평균 30만명에 달했다. 그 어떤 대형 살상 무기 못지 않은 죽음을 불러온 것이다.

AK-47은 러시아의 무기설계자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1947년 개발했다. 총의 이름도 개발자의 이름과 그 개발년도를 따온 것이다. 칼라시니코프는 자신의 발명품이 “조국의 국경을 지켜 행복하다”고 했지만, 이제는 국경 없는 테러 전쟁의 비중 있는 조연이 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AK-47은 중국을 비롯한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AK-47이 1년에 100만 정씩 생산되며, 1980년대 이전에 생산된 것들도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K47 : 인민의 총에 관한 이야기’(AK47: The Story of the People’s Gun)라는 책을 쓴 미카엘 하지스(Michael Hodges)에 따르면, 전 세계의 AK-47은 무려 2억 정에 달한다. 세계 인구를 70억명으로 잡았을 때 35명당 1정 꼴로 퍼져 있는 것이다.

▶12살 아이도 쓸 수 있다=AK-47이 이처럼 널리 쓰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성능 때문이다. 영국 탄도학 전문가인 마크 마스타글리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용이 매우 간편하다. 그래서 12살짜리도 그걸 갖고 다니는 거다. 또 매우 튼튼해서 어떤 환경에서도 작동한다. 뜨겁고 모래가 많은 사막이나 시베리아에서도.”

반동이 다소 크고, 장거리 사격은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구조가 단순해 분해ㆍ조립이 쉽고 잔고장이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장점이다.

저렴한 가격 역시 AK-47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냉전 직후 아프리카에서는 6달러 정도에도 구할 수 있었을 정도여서 ‘빈자의 무기’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현재 발칸 지역에서 300~500유로(38만~64만원)에 살 수 있고, 무기 거래가 불법인 유럽에서는 4500유로(577만원)까지 하지만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가디언은 전했다.

▶어떤 경로로 유통되나=테러범이 AK-47을 손에 쥐게 되는 경로는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 밀거래 되기 때문이다. 2010년에 프랑스 당국은 소형화기 압수물이 79% 상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밀매가 성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능한 경로 중 하나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합법적으로 수출한 것이 리비아 등을 통해 불법 밀수품으로 둔갑하는 경우다. 국가로부터 제대로 보수를 못받은 군인들이 무기를 내다 팔거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른 나라의 반란군에 공급하기 때문에 불법적인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UN은 리비아 국경을 통해 14개 국가로 불법 거래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기간 분쟁이 계속되며 무수한 무기를 보유하게 된 발칸 반도 역시 커다란 공급처다. 알바니아에서는 1997년 큰 사회혼란을 겪은 뒤 AK-47 75만 정이 암시장으로 흘러든 것으로 보이고, 세르비아에서는 90만개, 보스니아에도 75만개의 불법 무기가 남겨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이 대다수는 AK-47이다. 무기 전문가 알렉산다르 라딕은 “전쟁이 끝나자 군인들이 무기를 집으로 가져갔다”며 “처음 몇 년 동안에는 대부분 숨겨뒀지만, 나중에는 100유로 정도의 낮은 가격에 암시장에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11월 파리 테러에 쓰인 AK-47 8정의 시리얼 넘버를 추적한 결과 모두 세르비아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못쓰게 돼 버린 총을 수집용으로 들여와 개조하는 방법 역시 보편화돼 있다. 영국과 같은 EU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개조가 불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실제 샤를리 엡도 테러 당시 쓰인 AK-47은 슬로바키아에서 개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EU는 2013년 보고서에서 “못쓰게 된 무기가 불법적으로 다시 쓸 수 있도록 개조돼서 범죄 목적으로 판매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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