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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부자, 다른 길...한국은 상속, 미중일은 자수성가
[헤럴드경제=이슈섹션]한국의 재벌들은 기업을 상속받아 키웠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의 부호들 대부분은 스스로 창업을 통해 부를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세계 부호 상위400명을 부의 원천에 따라 분류했을 때 65%인 259명은 자수성가(self-made), 나머지141명(35%)은 상속(inherited)으로 집계됐다.

400위 안에 든 한국 부호 5명 모두 상속자였다. 이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 2∼3세다.

▶ 세계 10대 억만장자는 모두 창업가=빌 게이츠·제프 베조스·마크 저커버그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아만시오 오르테가(인디텍스), 워런 버핏(버크셔 헤서웨이), 제프 베조스(아마존), 카를로스 슬림(텔멕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래리 페이지(구글), 래리 엘리슨(오라클) 등 상위 10명은 모두 자수성가했다.

이들 가운데 오르테가(스페인)와 슬림(멕시코)을 뺀 8명은 미국 출신이다.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세계 랭킹 400위 안에 포함된 125명 가운데 자수성가한 사람이 89명으로 71%를 차지해 세계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국은 선진국들 가운데 창업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는 생태계가 가장 활성화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부호 80명 중에서는 63명(70%)이 자수성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중국 부자의 경우, 29명 가운데 1명만 빼놓고 28명(97%)이 창업가였다.

중국 최고 부자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세계 13위)과 2위인 마윈(잭 마) 알리바바 회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밖에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유명한 텐센트(텅쉰)의 마화텅과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리옌훙(로빈 리) 등이 상위권에 있다.

일본은 세계 400위 안에 든 5명 모두가 창업자였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세운 일본 최고 부호 야다이 다나시를 비롯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손 마사요시),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이토 마사토시 등이다.

러시아는 18명 모두, 인도는 14명 중 9명(64%)이 자수성가 부호였다. 다만, 유럽은 자수성가 부호가 54명으로 상속 부호(55명)보다 1명이 적었다.

▶ “이해진·김범수 이후 신진 부호 없다=성장 사다리 막혀”한국은 부호의 범위를 늘려도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저하게 적다.

지난해 12월 1일 기준 상장사 주식부호 상위 10명 가운데 창업자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진 삼성물산 사장 등 재벌 3세들이다. 창업 부자는 30위 안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등 6명(20%)이, 100위 안에는 25명(25%)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조 교수는 “미국에서 10년, 20년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자본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과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이 전통산업이든 첨단산업이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을 찾아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안정적 직업 선호=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생 가운데 창업을 희망한 사람은 6%에 불과했지만 중국은 41%나 됐다. 보고서는 한국이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인데다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창업 활기가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김상조 교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세습 부자가 아니면 위로 올라갈 길이 막혀버렸다”면서 “똑똑한 젊은이들은 의사나 변호사만 되려고 한다. 비즈니스로 성공할 가능성이 너무 낮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도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모로부터 상속한 부에서 얻는 수익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논문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을 보면 상속·증여가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은 1980년대 연평균 27.0%에서 2000년대에는 42.0%로 크게 늘었으며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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