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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중고’ 예비 로스쿨생의 유난히 추운 겨울
- 학업 경쟁ㆍ불안한 미래ㆍ사시존폐와 금수저 논란까지…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4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 로스쿨 합격증을 받은 A씨(25ㆍ여)는 합격의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다른 입학 동기들은 일찌감치 공부모임(스터디)을 잡고 유명 고시학원 강의를 듣는 등 하루 7~8시간 넘게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에 변호사 업계의 불황 소식까지 접하면서 입학식도 하기 전부터 진이 빠진 느낌이 든다.

[사진=헤럴드경제DB]

올해로 출범 8년째를 맞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이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제도 시행 10년을 앞두고 로스쿨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되레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불확실성만 커졌기 때문이다.

재학생 못지않게 더 착잡한 이들이 바로 올해부터 학업에 들어가는 예비 로스쿨생이다. 입학 전부터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 발표와 ‘금수저 논란’ 등이 겹치면서 벌써부터 자신감을 잃었거나 주눅이 들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A씨와 같은 예비 로스쿨 생들이 직면한 첫번째 고민은 치열한 경쟁이다.

대부분 로스쿨들은 1~2월부터 경쟁적으로 ‘프리 로스쿨’을 열어 비법대 출신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에 들어간다. 일종의 선행학생인 셈이다. 타지역 출신 합격생의 경우 벌써부터 기숙사를 잡고 ‘열공’을 시작했다. 로스쿨 학점과 변호사시험 성적이 향후 재판연구원이나 대형로펌에 들어갈 수 있는 기준점이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여기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매년 낮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열렸던 제4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응시자 대비 61.11%였다. 제1회 시험(87.15%)에 비해 25%포인트 이상 내려갔고 올해는 5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로스쿨 졸업생 3명 가운데 1명만이 변호사가 되는 시대가 올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불안한 미래도 마찬가지다. 로스쿨 출신 구직 희망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법조계에 불어닥친 일감 한파로 개인사무소부터 대형로펌까지 신규 변호사 채용 규모를 대폭 감축하거나 아예 채용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전북 익산시가 변호사 자격을 갖춘 계장급 계약직 직원 1명 공개모집에서 10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몰린 것은 이 같은 불황의 단적의 예로 꼽힌다.

사법시험 존폐 논란 역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법무부의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4년 더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찬반을 둘러싸고 법조계에 태풍이 불었지만, 정작 해결 당사자인 정치권과 정부는 진전된 논의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금수저 논란’으로 촉발된 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버겁기만 하다.

인하대 로스쿨의 박모(32)씨는 ‘어느 특별전형 입학생의 호소문’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서 초ㆍ중ㆍ고 시절 신문ㆍ짜장면 등 항상 무언가를 날라야 했지만, 로스쿨 특별전형을 통해 이제는 일을 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사법시험에 존재한다고 믿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는 로스쿨 학생들이 더욱 많다”고 호소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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