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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공단 화재…法 “정부 배상책임 없다”
- 법률상 정부 아닌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책임져야
- 北 요구로 공장내 전화없어 경비원이 직접 소방서로 가 신고, 20분 지체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북한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이 공장 화재로 입은 손해와 관련해 정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부장 이정호)는 개성공단에서 발생한 화재와 대해 “법률상 정부가 부담할 책임이 없다”며 주방기구 제조업체 소노코쿠진웨어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소노코쿠진웨어의 개성공장에 불이 난 건 지난 2010년 12월 24일 새벽이다. 근로자들이 탈의실 전기장판을 켜놓은 채 퇴근하면서 발생한 과열이 화재로 이어졌다. 화재발생 후 6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불은 완전히 진화됐다. 그 과정에서 1900㎡ 규모의 공장 2층 전체와 1층 일부 150㎡가 불에 탔고, 공장 내부에 있던 기계와 제품들도 대부분 소실됐다.

소노코쿠진웨어 측은 “초기 화재규모가 크지 않았음에도 개성공단 내 소방시설 및 인력이 열악하고, 당국이 소방시설도 부실하게 관리해 피해가 커졌다”며 “정부는 화재로 인해 발생한 21억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개성공업지구법에 근거해 “개성공단 내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정부의 배상책임은 없다”고 봤다.

개성공업지구법 18조에 따라 현재 서울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이, 개성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이 중 관리위원회는 법인으로서의 지위를 갖추고 개성공단의 소방, 산업안전, 기반시설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등 사실상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재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리위원회에 인력과 자금, 물품 등을 지원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화재발생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전적으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화재피해가 확대된 것도 소노코쿠진웨어 측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진화과정에서 소방기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소노코쿠진웨어 측은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공장 경비원이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잠을 자고 있었고, 공장 내 주차된 대형 차량들 때문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가 화재를 진압하는데 방해를 받았다”며 소노코쿠진웨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소방차 5대와 소방인력 18명이 투입되는 등 가용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가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또 불이 나기 두 달전 받은 소방검사에서 해당 공장은 소방 펌프가 동파되고, 옥내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는 등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에도 공장 내 소화전은 폐기물로 덮여 있어 신속한 급수를 할 수 없었다.

북한의 폐쇄적인 보안관리도 화재진압을 지연시키는 데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북한의 요구로 공장 내에는 직접 소방서에 연락할 수 있는 유선전화나 무전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당시 경비원이 직접 소방서로 가서 화재신고를 해야 했다”며 이 과정에서 10~20분이 지체됐다고 판단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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