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민간 독지가들, 軍에 독서카페 기증 릴레이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부대 장병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민간 독지가들의 ‘독서카페 컨테이너’ 기증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육군은 장병 인성함양, 자기계발의 목적으로 ‘책 읽는 병영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는 최전방 GOP 경계부대의 시설 공간이 부족해 컨테이너에 도서, 서가, 책상 등을 비치한 일종의 간이도서관이다. 1개동 설치에 약 1000만원 내외가 소요된다.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는 분위기가 쾌적해 장병들의 호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를 기증한 스티브 김 이사장이 제1야전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육군은 지난해 제1야전군에서 처음으로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를 설치한 뒤 현재까지 총 102개소에 설치를 완료했다. 현재 22개소에서 추가 설치가 진행 중이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종교단체, 기업이나 개인 등 민간에서 기증한 것이다.

기증자의 면면은 다양하다.

미국 IT업계에서 창업해 성공 가도를 달린 스티브 김(김윤종, 68) 꿈ㆍ희망ㆍ미래재단 이사장은 전방사단 6개소에 독서카페를 기증했다. 자신의 인생과 성공담을 장병들에게 들려주는 무료 강연 제의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미국에서 두 번의 창업을 통해 성공을 거둔 뒤 1999년 자신의 기업을 프랑스기업에 매각하고 영구 귀국해 2001년 사회복지법인 꿈ㆍ희망ㆍ미래재단을 설립하고 국내에서 장학 및 복지사업, 후원국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그는 “3공수여단에서 병사로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장병 피복류 및 군장류를 관리하는 군장점 관리병을 하면서 처음으로 경영마인드를 배우게 되었다”며 “군에서의 시간이 내 삶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평소 돈과 시간을 가장 귀하게 쓰는 방법을 고민해왔는데,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장병들의 삶을 바꾸는데 돈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값진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년삼 스카이타운 회장이 독서카페를 기증하고 서정열 7사단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군 복무 중 모은 돈으로 아버지와 함께 독서카페를 기증한 병사도 있다. 22사단 출신 정진혁(28) 예비역 병장은 입대 전 아르바이트비와 현역시절 봉급을 꾸준히 모아 병사신분으로 사단 전방소초에 독서카페를 기증했다.

아버지 정진영 이디플랜 회장의 도움이 컸지만, 정진혁씨는 당시 병사로서 적지 않은 200만원을 쾌척했다. 지난해 3월 전역한 정 씨는 “고교 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하다 입대하니 애국심이 더 크게 느껴졌다”며 “함께 고생한 후배들을 위해 모은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책 한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독서카페 후원을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고 기증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22사단의 수색대대 출신인 오승훈(57) 세봉 사장의 후배사랑도 남다르다. 오 사장은 1985년 전역 이후 30여 년 동안 강원도 오지에 있는 부대를 150여 차례 방문해 후배들을 위문해 온 열성 예비역이다.

지난해 부대의 ‘책 읽는 병영 만들기’ 캠페인 소식을 전해들은 오 사장은 개인 명의로 사단에 독서카페를 기증했다. 이어 지인인 김태구 DSK 사장, 송진일 파스텍 대표이사의 독서카페 릴레이가 이어졌다. 오 사장은 “사업으로 어렵게 번 돈이지만, 군에서 이렇게 값지게 쓰이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7사단에서는 이 부대에서 25년간 근무하다 전역한 부사관 출신 기업가가 독서카페를 기증해 화제가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년삼(61) 스카이타운 회장. 7사단을 포함해 총 33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2008년 전역한 전 회장은 부동산 및 건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 ‘2014년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상’, ‘2015년 창조경영 부문 대한민국 인물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 회장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7사단 후배들에게 독서를 통한 인생의 전환이라는 큰 선물을 주고 싶어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육군은 지난해 시작한 ‘책 읽는 병영 만들기 운동’이 장병 인성 바로 세우기와 병영문화 혁신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연말 육군본부에서 시행한 병영도서관 운영실태 점검에서 최우수부대로 선발된 2사단 금성대대의 경우, 1년간 1~2권의 책을 읽던 장병들이 월 평균 2권의 책을 읽게 됐다. 검정고시 합격자도 2.3배 증가했고, 징계 인원은 15%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 육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58%의 병사들이 월 평균 2권 이상의 독서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육군은 올해 말까지 모든 GOP사단 소초급에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육군은 이를 위해 올해 예산에 17여억 원을 반영해놓은 상태다. 육군 관계자는 “GOP사단에 독서카페가 필요한 곳이 220여 개소가 넘고, 해안경계부대와 격오지부대까지 고려하면 민간 독지가들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