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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人&in-20대 총선 열전]40년지기 김문수 vs 김부겸…정치인생 건 대구 수성갑大戰

인연은 묘하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40년 지기. 서로의 가정사까지 꿰고 있다. 한때는 당도 함께였다. 그런 둘이 정적으로 조우했다. 그것도 정치인생을 내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다. 대구에서 부활을 꿈꾸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적의 심장부에서 3수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여야 잠룡으로 꼽히는 이들이 대한민국 보수의 상징, 대구 수성구에서 맞붙는다.

초반 기세는 김 전 의원이 잡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를 눌렀다. 김 전 지사는 “나 김문수는 선거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고 호언한다. 당내에서 수도권 출마론까지 불거졌지만, 일언지하 거부했다. 대구에서 끝장 보겠다는 의지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김 전 지사와 김 전 의원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공통 질문을 바탕으로 이를 재구성했다. 40년 지기 정적의 가상 대담이다. 

김문수
“대구에서 끝장보겠다” 결연한 의지
부겸후보 지역감정 타파는 철 지나
대구 문제는 수도권과의 격차 해소


김부겸
“내 종착역은 대구” 초반 기세 잡아
지역주의 벽 넘는 건 바로 대구시민
野 내적·외적 통합만이 총선 필승

-대구 수성갑에서 여야 잠룡이 맞붙는다. 대구 민심은 어떤가.

▶김부겸=대구 민심은 수면 아래서 요동치고 있다. 예전처럼 대통령만 팔면 무조건 당선되리라 판단하지 마라. 무엇이 대구를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나. 여긴 당선만 되면 국회의원들이 대구를 떠나 서울로 간다. 그 사이 대구는 새로운 동력과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버렸다. (낙선 이후) 4년간 대구에 머물렀다. 내 이름조차 모르는 시민도 “아이고 야야, 이번에는 한번 돼야 한데이”라고 한다.

▶김문수=지난해 가을부터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출마 요청이 있었다. 보수혁신위원장을 마친 후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를 만나 대구 의원 중 한 사람이라도 반대가 있는지 물어봤고, 아무도 반대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 4대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이 일을 누가 하느냐. 대구 경북이 안하면 누가 하겠느냐. 대구ㆍ경북이 새누리당 의원을 100% 당선시키는 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두 후보는 경북고와 서울대 동문으로 40년 지기다. 서로를 평가한다면.

▶김문수=김부겸 후보를 잘 안다. 아주 잘 안다. 장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2003년에 당을 떠났는데 당시 언론은 이들을 ‘독수리 5형제(이부영ㆍ이우재ㆍ김부겸ㆍ김영춘ㆍ안영근)’라 불렀다. 이게 ‘철새’지 왜 ‘독수리 5형제’냐. 대선에서 졌다고 당을 옮겼으니 철새다. 당시 탈당성명과 똑같다. 새누리당을 부수겠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이) 지역감정 타파를 주장하지만, 이미 철 지난 얘기다. ‘노무현 따라하기’다. 

▶김부겸=고등학교ㆍ대학교ㆍ운동권 선배인 김 전 지사와는 고등학교 시절, 교회 공부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결기가 넘치는 혁명가 같았다. 우린 학생운동을 하다 학교에서 제적된 후 김 선배는 노동운동에, 나는 재야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사회과학 서점은 경찰의 상시 감시대상이었는데, 나는 신림네거리에서, 김 선배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했다. 아내와 김 선배의 아내는 관악경찰서 문턱을 같이 넘어다녔을 정도로 돈독했다. 항간에서는 김 선배가 정치적 도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신사답게 깨끗하게 경쟁하고 싶다.

-서로의 주장을 보면 결국 지역주의가 주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 지역주의는 정말 문제인가.

▶김부겸=지역주의라는 벽을 누가 만들었나. 정치인들이다. 국회의원이 되는데 이용했다. 이제 대구 시민은 지역주의 폐해를 실감하고 이 족쇄에서 벗어나려 한다. 대구로 내려가며 ‘지역주의 벽을 넘어서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건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지역주의 벽을 넘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대구시민이다. 대구 사람들 스스로 마음 한켠에 ‘지역주의의 주범’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문수=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순천 발전을 위해 나왔다. 이 최고위원이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고 해서 당선된 게 아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하니 뽑힌 것이다. 이 최고위원의 목표, 승리한 요인이 지역구도 타파가 아니다. 지금 지역주의가 제일 큰 문제인가. 대구의 문제는 수도권과의 격차다. 전라도와의 감정이 문제가 아니다. 대구도 지역감정을 위기로 보지 않는다.

-대구 여론에선 유승민 의원의 거취가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유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김문수=유 의원을 좋게 생각한다. 비리나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다만 원내대표를 하면서 대통령의 권한까지 뺏어가려 하니 그건 잘못됐다고 본다. 대통령과 좀 더 소통이 됐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대통령과 당이 안 맞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을 국민이 뽑았는데 대통령도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부겸=박 대통령의 영지이자 보수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대구 출신의 정치인 유 의원의 연설에서 가장 개혁적인 목소리가 터졌다. 그런데 갑자기 청와대에서 유 의원을 찍어 내렸고, ‘진박(眞朴)ㆍ가박(假朴)론’이 나오면서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물갈이 공천 대상이 됐다. 대구 시민이 유 의원을 싸늘하게 보는 건 ‘정치를 잘못했다’가 아니라 ‘박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것 뿐이다. 유 의원이 살아남아 새누리당에서 훌륭한 리더로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누리당은 친박ㆍ비박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주류ㆍ비주류로 시끄럽다. 당내 계파갈등을 어떻게 보는가.

▶김부겸=야당은 무조건 단결해야 한다. 분열은 ‘당이야 어떻든 난 상관없다’는 태도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내적 통합과 외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총선, 대선 모두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지 않나. 게다가 정치는 기본적으로 선악의 개념이 아니다. 공공의 가치가 아닌 개인의 야심을 위해 싸우면 깡패들의 영역 다툼과 다를 게 없다.

▶김문수=언론에서 나에게 친박인지 비박인지 묻는다. 지금 새누리당에 친박, 비박이 어디에 있는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야지 친박, 비박으로 싸울 필요가 없다. 여의도에선 친박, 비박, 신박을 만들지 몰라도 지금 친박,비박으로 나누는 건 맞지 않다.

-두 후보 모두 정치인생에 굴곡이 많다. 왜 정치를 하는가.

▶김문수=새누리당은 국방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남북 위기를 이겨낼 힘이 있다. 방안도 있다. 북한인권법을 11년 전에 내가 냈는데 11년 동안 야당이 발목 잡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게 정치의 위기다. 젊은이들이 절망에 빠져 결혼도 하지 않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도 가장 발전한, 위대한 대구ㆍ경북을 만들고 싶다.

▶김부겸=거기에 대한 답을 찾고자 대구로 내려왔다. 이대로 편안하게 국회의원으로 선수를 쌓고 60대 중반에 은퇴할 생각은 없다. 그건 직업일 뿐 내가 꿈꾸는 정치가 아니다. 역사와 민중은 특정인의 정치적 욕망에 부응하고자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 시대의 정치는 지역주의처럼 분명히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나라도 고함을 쳐야 한다. 내 정치인생의 종착역은 대구다.

김상수ㆍ김기훈ㆍ장필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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