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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속 질병] 질병 부르는 상습 야근…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갔을까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얼마 전 서울시청 공무원이 며칠을 사이에 두고 시청건물에서 투신자살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표창을 여러번 수상할 만큼 근무성적도 우수하고 성실했던 이들을 자살로 몰고 간 건 바로 잦은 야근으로 인한 ‘과로’와 극심한 ‘우울증’이었다.

이들의 근무일지를 보면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병원진찰기록에서는 이로 인해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강도가 세계최고 수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긴 노동시간이 바로 생산성과 직결되지도 않는다. 


직장인의 조직 충성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된 ‘야근’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는 생활화된 문화지만 시간당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9.9달러로 25위를 차지했다.

노동생산성이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 근로자 1명이 69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때 우리나라 근로자는 반 이하의 부가가치만 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는 오히려 직장인들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잦은 야근은 질병을 부르는 ‘건강스토커’다.

야근은 필연적으로 수면부족으로 이어진다. 잠을 충분히 잤을 때와 그러지 못했을 때 뇌파와 근육활동량은 확연히 달라진다. 8시간을 자고 일어나면 바로 뇌와 근육 활동이 활발해지지만 4시간을 잤을 땐 한낮인 12시가 돼도 잠을 잘 때 나오는 뇌파가 계속 나오고 근육 움직임도 둔해진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하루 4시간을 자고 다음날 바로 일을 한다는 건 잠을 자면서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최소 7시간에서 9시간 사이 정도 수면의 양을 지켜주는 것이 좋으며 한 시간만 적게 자도 일의 효율은 30%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수면부족으로 인해 수면리듬이 깨지면 만성피로나 우울증, 장기기능 저하나 불면증을 유발하게 된다. 불면증 환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11년 21만 명에서 3년 새 64만 명까지 급증했다. 국내 불면증 환자는 전체 성인인구의 12%인 4백만명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사무실 밀집 지역에 아예 점심을 거르고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수면 카페’가 성업 중이다.

영국의 유명 의학저널인 ‘란셋’은 최근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자주 할수록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유럽, 미국, 호주에 거주하는 53만 명을 8.5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잦은 야근을 하는 사람들은 정상 근무를 하는 사람보다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진다”고 발표했다.

조사결과 주당 41~48시간을 근무하는 사람은 정상 근무시간인 주당 35~40시간 근무자보다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1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당 49~54시간 근무 시 27%, 주당 근무시간이 55시간을 초과할 경우(일 평균 3시간 초과 근무) 뇌졸중 발병 위험률은 33%나 증가했다.

또 연구팀이 근무시간과 심장마비, 협심증 등 심장질환의 발병 여부와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주당 55시간 이상 일을 할 경우 심각한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정상 근무를 한 사람에 비해 13% 높았다.

신진영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잦은 야근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누적시켜 신체활동을 약화시킨다”며 “가급적 근무시간 내에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회의는 줄여 정상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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