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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한국화랑협회, 이우환 위조 감정서 경매전부터 알고 있었다"

-위조에 악용된 원본 감정서 최초 발행 받았던 장재창 동성화랑 대표
-“한국화랑협회 감정서 재발행 관행이 위작 유통
부추겼다” 강력 주장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이우환 감정서 위조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15일 K옥션(대표 이상규)에서 4억9000만원에 낙찰된 이 화백 작품 ‘점으로부터 No. 780217’의 감정서가 위조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한국화랑협회가 K옥션 경매 전부터 위조된 감정서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된 감정서에 악용된 내고 박생광 작품의 최초 감정 의뢰자였던 장재창 동성화랑 대표는 1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K옥션 경매가 있기 전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인 구 모씨가 문제가 된 위조 감정서 사진을 문자로 보내 왔다. 보자마자 단박에 가짜인 것을 알고 구 씨에게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고 물었지만, 당시 구 씨는 사진 한 장 갖고 고발할 순 없으니 증거물을 압수하기 전까지 가만히 있는게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위조 감정서에 악용된 운보 김기창 작품 감정서. 3차 감정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


장 씨의 말대로라면 국내 유일 권위의 미술품 감정위원들이 있는 한국화랑협회가 감정서 위조 사실을 알고도 쉬쉬 했던 것이다.

K옥션 경매는 15일, 장 씨가 기자에게 보낸 자료에 따르면 장 씨와 구 씨가 이같은 대화를 주고 받은 것은 이보다 앞선 12일이다. 현재 작품 진위 여부가 경찰 수사 중에 있지만, 감정서가 위조된 만큼 작품 역시 위작일 가능성이 크다. 화랑협회 측에서 감정서 위조 사실을 재빠르게 공론화했다면 위작 가능성이 큰 작품을 경매에서 수억원에 낙찰받는 일은 막을 수도 있었다.

2003년 한국미술품감정협회 부설기관인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생기기 전까지 국내 미술품 감정은 한국화랑협회가 도맡아 왔다. 감정협회는 미술품 감정 전문화를 위해 화랑협회 위원들이 발족시킨 단체다. 현재 감정평가원은 감정협회와 화랑협회 소속 인원들로 구성돼 있다. ‘그 사람들이 다 그 사람들’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장 씨는 “내가 작품의 감정을 의뢰한 시기는 1997년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몇년 후에 감정서 재발행이 이뤄져 나쁜 일에 악용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 언론에 내 이름이 기재된 감정서가 노출되는 바람에 마치 내가 범죄와 관련이 있는 사람인 것처럼 비쳐졌다”며 강한 억울함을 내비쳤다.

장 씨는 화랑협회가 작품을 무분별하게 재발행해 주는 관행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운보의 감정서를 보면 3차 감정을 한 것으로 돼 있다. 한국화랑협회가 감정서를 한번 발행해 줄 때마다 60~70만원 가량 감정료를 받는데, 비싼 돈을 주고 받은 감정서를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일도 없는데다, 보석 감정서처럼 늘 작품에 따라 다니는 감정서를 몇번씩이나 재발행했다는 거는 그만큼 범죄에 악용될 확률을 높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 씨가 언급한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이자 헤이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구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위조 감정서에 대한 사전 인지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감정서 위조 사건이 불거진 지난 8일 이후) 경찰에서 문의가 와서 확인을 했더니 우리가 감정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 대표가 헤럴드경제에 보낸 소견서 전문.

<이우환 위조 감정서 사건에 대한 나의 견해>

제가 박생광 작품의 감정을 의뢰한 시기는 1997년인데 감정서 재발행이 몇 년 후에 나도 모르게 이루어져서 나쁜 일에 이용당하고 최근 언론에 실명으로 노출되어 마치 범죄자와 관련 있는 것처럼 비춰져 너무 억울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정을 믿고 맡긴 내가 바보스러울 지경입니다.

작품이 하나면 감정서도 하나여야 하는데 작금의 사태를 보면, 한 작품에 수개의 감정서가, 어쩌면 수십 개의 감정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번 이우환 위조감정서 사건에서도 보면 한 작품에 대한 감정서 재발행 횟수가 여러 차례인 것을 알 수 있는데, 과연 그게 이번일 한 건 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지속적이고도 은밀하게 재발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닌지 저로서는 깊은 의구심이 듭니다.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화랑협회에서 지금까지 동일 작품에 대해 재발행해 준 감정서가 몇 건에 몇 개인지 그 자세한 내역을 미술 관계자와 소장가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같이 선량하게 작품 감정을 의뢰했다가 범죄에 악용당해서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라며, 미술품 감정을 맡길 때 저의 사례를 들어 한 번 더 생각해보시길 권유하고 싶습니다.

2016. 1. 12

동성화랑 대표 장 재창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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