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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집이 매출 요리…백화점 틀까지 바꾸는‘식품관 샤워효과’
최신 유행 먹거리 집합소 지하 1층 식품관
미식가들 잇단 발걸음에 활력소 역할
주력종목 패션서 식품관으로 중심 이동
롯데·현대百 등 디저트 매장 전면개편
작년 매출 두자릿수 껑충…성장축 자리매김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쿡방(요리하는 방송)’ ‘먹방(먹는 방송)’ 등은 음식을 일상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순간 순간을 즐기는 대중 문화로 자리잡게 했다. 다양한 맛과 경험에 대한 흥미는 불황 속에서도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미각 노마드족’을 탄생시켰다. ‘미각 노마드족’은 유명한 맛집이 궁금하다면 지방 순례나 해외 원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팍팍한 생활 속에서 계획하기 어려운 여행도 그 목적이 ‘맛집 투어’로 귀결되곤 한다. 맛집은 유행도 빨리 변해서 금새 SNS 등을 통해 뜨고 지는 맛집이 생기기도 하고, 한 골목의 임대료를 들썩이게 하기도 한다. 올해도 유통가의 트렌드를 쥐고 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미각 노마드족’의 영향력을 신년 기획을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에 진출한 치즈타르트 베이크 매장.


지난해 백화점에서 가장 붐비는 매장은 1층 화장품이나 2~3층 여성 의류가 아닌 지하 1층 식품 매장이었다. 최신 유행의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는 지하 1층 매장은 해당 백화점을 화제의 중심에 서게 하기도 했고, 매출 면에서 침체에 빠진 백화점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미각 노마드족’에게 가깝고 편리한 백화점 식당가는 반가운 활동 무대다.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게 아니라, 먹으러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매출 중 식품군의 비중은 11.6%를 차 지했다. 2011년 9.6%였던 것이 2012년 10%대를 돌파하더니 지난해에는 11.6%까지 올라왔다.

현대백화점의 식품관 매출은 전체의 15% 수준이다. 지난해 식품관 매출 신장률은 11.3%로,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률이 0.5%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식품이 백화점의 성장을 견인한 주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까지 식품은 백화점의 주 종목이 아니었다. 백화점의 주력은 패션 분야였고, 식품은 사실상 구색 갖추기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몇 년 전부터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백화점이 고객에게 여가와 생활의 해법을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위치를 재정립하면서 식품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맛집이 손님을 끌어올리며 다른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분수효과나 샤워효과도 맛집 인기의 무시 못할 요인이 됐다.


롯데는 미각 노마드족의 집결을 위해 지난해 본점 디저트 매장을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상반기에는 치즈타르트로 유명한 오사카 명물 ‘파블로’를 일본 밖으로 끌어내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수제 과자 브랜드 ‘라 꾸르 구르몽드’ 매장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유치했다. 하반기에는 15개의 디저트 브랜드를 새로 들여왔다. 부산에서 입소문을 탄 인기 빵집인 ‘옵스’ 매장도 이 때 본점에 문을 열었다.

잠실점에는 국내에 현존하는 빵집 중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군산의 ‘이성당’이 2014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의 명물인 ‘삼진어묵’과 수제케이크 전문 브랜드 ‘지유가오카 핫초메’가 매장을 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도 판교점과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를 통해 다양한 식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판교점에서 단일 브랜드로 가장 넓은 규모(1980㎡)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이탈리(EATALY)’다. 이탈리는 이탈리아의 음식을 판매하면서 한 켠에서는 관련 식재료를 판매하는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이다. 파스타, 피자 같은 이탈리아 대표 요리부터 포카치아 등 간단한 먹거리, 이탈리아 대표 와인까지 14개 코너가 있고, 마켓에서는 이탈리아의 빵과 올리브 오일 등 1000여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역 명물의 백화점 입점도 흔한 일이 됐다. 무역센터점에는 제주도 명물인 ‘서귀포 동경우동’이 입점했다. SNS나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며 제주도 여행객들이 줄을 서는 우동집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전주 여행객들 손에 반드시 들려있는 주황색 쇼핑백의 주인공 ‘PNB 풍년제과’도 목동점,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등에 입점해있다. PNB풍년제과는 목동점에서 월 평균 6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미각 노마드족이 백화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분명 맛집이 백화점의 활력소가 되고 있기는 하나, 패션 등에 비하면 객단가가 현저히 낮다. 일부에서는 미각 노마드족 잡기에 골몰하다 보니 쇼핑 매출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황슬기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수석바이어는 “유명 식품 브랜드들은 직간접적으로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동시에 일부 매장은 고객의 휴게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점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며 미각 노마드족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미 미각 노마드족은 백화점에서 놓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미각 노마드족을 잡기 위한 백화점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부터 식품 MD 및 외부 전문가 총 12명으로 구성된 ‘식품개발위원회’ 운영, 국내ㆍ외 최신 식품 트렌드를 분석해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

원용신 현대백화점 공산품팀 바이어는 “식품트렌드의 변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식품전문가들의 날카로운 검증과 시장 분석을 통해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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