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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처지면 멸종”…자율주행차 글로벌 패권경쟁
미래생존 걸고 각국 지원총력전
고용·고부가가치 창출 첨병
美 10년간 4조8000억원 지원
한국은 5년간 4000억 불과
도요타 특허 1500여개 보유 1위
日기업 톱5중 4곳…현대 6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임기 중 마지막 국정 연설에서 ‘21세기 운송 시스템(21st century transportation system)’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의 운송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를 통해 ‘더 강한 아메리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연설에서 직접 언급은 안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그리는 ‘21세기 운송 시스템’ 정체는 이로부터 이틀 뒤 밝혀졌다. 미국 운수부는 자율주행을 실생활에 도입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에 10년 이상 40억달러를 투입하는 오바마 정부 예산 제안서를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가 자율주행에 대한 대규모 지원정책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관련기사 8면

최양희(뒷줄 왼쪽)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현대체 제네시스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현대차 블로그]최양희(뒷줄 왼쪽)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현대체 제네시스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현대차 블로그]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전경련 회장단 간담회, 2014년 정부 업무보고 등에서 “차는 단순히 자동차가 아닌 움직이는 전자기기”라며 창조경제의 대표적 예로 스마트카를 지속적으로 내세웠다. 스마트카(자율주행차)는 현재 ‘19대 미래성장동력’에 포함돼 3개 이상의 부처가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대 전략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자율주행은 이제 자동차 기업들만의 미래 전략사업 이상으로 나라경제를 책임질 국가적 프로젝트가 됐다. 각국 정부가 앞다퉈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이유는 여기서 막대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규모 부가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자율주행 성패에 따라 국가경제도 좌우될 수 있다. 각국의 자존심을 건 자율주행 패권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오바마 정부는 자율주행 분야에 10년 이상 우리 돈으로 4조8000억원 이상을 지원키로 했다. 아직 미국 의회 승인이 남아있지만 그 만큼 미국에서 자율주행 시장을 조기에 정착시키려는 미 정부 의지가 강력하다는 의미다. 미 의회에서 확정되면 이 자금은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제도 마련에 사용될 전망이다.

자율주행은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유럽, 미국, 아시아 지역 전문가 3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자율주행 도입 초기 효과로 2020~2030년 이산화탄소를 최대 60%까지 감출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21세기 운송 시스템을 건설하려는 목적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못지않게 일본 정부도 자율주행에 필사적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작년 말 경제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며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을 실용화할 것으로 촉구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경제계 대표들에게 임금인상을 요청했고 도로교통법을 고쳐 2017년까지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실증할 계획도 세웠다. 


우리 정부는 크게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자율주행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각 부처별로 잡고 있는 예산 계획은 산업부가 5년간 1000억원 이상, 국토부가 2020년까지 3400억원 수준이다. 산업부는 자율주행 관련 첨단 부품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고, 국토부는 자율주행차와 통신할 수 있는 첨단 인프라 시설 구축을 주요 사업으로 꼽고 있다. 자율주행 주파수를 관장하는 미래부는 자율주행 관련 전반적인 R&D를 맡고 있다.

이처럼 각국 정부가 자율주행에 뛰어든 가운데 자동차 기업들 사이에서는 특허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계에서 특허는 특정 기술을 소유하는 것 이상으로 이 기술에 대한 경쟁사의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꼽힌다. 특허를 많이 확보한 기업일수록 주도권 전쟁에서 앞설 수 있다.

세계 최대 금융정보제공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10~2015년(10월까지) 전세계에서 자율주행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도요타다. 도요타는 특허는 1500개 이상으로 후순위 기업보다 자율주행 특허를 2배 이상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2위 덴소, 3위 보쉬, 4위 닛산, 5위 혼다 등은 모두 700개 이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1~5위 중 보쉬를 제외하곤 모두 일본 기업일 정도로 일본 기업이 자율주행 특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대차는 500개 미만으로 6위에 기록됐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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