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때면 늘 떨려요. 어느 작품이든 소중하고 뜨겁게, 즐겁게 작업했으니까요. 그 현장 속 분위기가 관객 분들께도 전해졌으면 좋죠.”
처음 받아든 ‘로봇, 소리’ 시나리오가 끌려서 배역도 묻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희준은 국정원 요원 신진호로 분했다. 그는 여타 영화 속 요원의 이미지에서 살며시 벗어나며 캐릭터에 자신만의 생명력을 부여했다.
“어떤 분들은 ‘완전한 악역이 아니라 어렵지 않았나’라고 물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이 인물이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뭘 욕심낼까 생각했죠. 신진호도 인간인데 인정받고 싶고 성공하고 싶을 겁니다. 그게 인간의 중요한 욕망이니까 정해진 대사 안에서 더 드러내고 싶었어요.”
그는 도리어 신진호 역의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단다.이희준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인물’이 가장 끌린다고 덧붙였다.
“인물이나 대본 선택 때 그런 인물이 끌려요. 실수하고 부족한 그런 사람들. 딱 보이는 악역이나 심지어는 착하기만 한 주인공도 흥미가 안 생겨요. 남들보다 잘 할 자신도 없고. 제가 부족한 사람이기도 하고, 뜻대로 잘 안 풀리는 것도 있다보니 그런 모습들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이희준은 그런 점에서 가능하다면 꼭 취재를 해서 연기에 깊이를 더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해무’ 촬영 전에 직접 선원을 만나 취재를 했단다.
“제가 취재를 해서 그 사람의 고민, 경험을 들어보면서 이해해 볼 수 있는 경우라면 배역을 맡기도 해요. 취재를 해서 연기에 반영이 되면 좋겠지만, 안되더라도 취재 자체를 즐기는 편이에요. 새로운 사람들의 애환, 경험, 순간들을 듣는 순간이 이희준이란 사람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줘서 행복합니다. 제 삶을 반추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이희준은 이렇게 말하자 기자는 그가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배우로서 참 적합한 성격이란 것을 느꼈다. 애초 공대생이었던 이희준이 갑작스럽게 배우라는 직업에 이끌렸던 것도 어쩌면 운명이 아니었을까.
“성적에 맞춰서 간 공대였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늘 허무했습니다. 이대로 졸업, 취직하는 게 행복할 거 같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극단 포스터를 보고 무작정 그곳을 찾아갔어요. 6개월을 청소만 하다가 아동극에서 삼분 출연했는데 그 삼분이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를 하게 됐어요.”
이후 그는 한예종에도 입학하고 다양한 무대활동을 통해 연기력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배우로서 살아온 이희준이었기에 점차 인터뷰는 ‘기승전연기’라는 배우다운 대화로 흘러갔다.
“‘최악의 여자’라는 작품을 선택했을 땐, 스케줄이 도저히 안됐어요. 회사에서 스케줄이 안된다고 했는데 제가 조율해서 출연했습니다. 정말 꼭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조율해서 출연했어요. 후회도 없었고요. 저는 제가 재밌는, 공감하는 선택을 해나가고 싶어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희준의 얼굴에는 다소 바쁜 일정의 피곤함이 가시고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연기 얘기를 하면서 기뻐하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정말 행복해요. 소중하구요, 연기가. 무교이긴 해도 신께 기도도 가끔씩 해요. 감사하다고. 오늘 제게 이런 좋은 스태프들과 좋은 상대배우와 좋은 역할로 함께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를 꼭 하고 촬영에 들어가죠.”
이희준은 그러면서도 철저히 배우로서의 자신을 지켰다. ‘로봇, 소리’에서도 자신의 장면이 편집된 것도 전적으로 옳다고 말하고, ‘영화라는 배는 감독이란 선장이 이끄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대답을 남기며 ‘천상배우’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때로는 저라는 개인의 관심에 대한 부담에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정말 감사한 관심이지만 그래도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모든 불편에도 ‘너 연기할래?’라고 묻는다면 전는 연기를 할래요. 당연히 받아들일 거예요”
이슈팀 이슈팀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