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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경제 어젠다]“한국 제도경쟁력, 미국 독일 2만 달러대보다 취약”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지난 30여년간 경제성장률을 펼쳐놓으면 10년마다 1~3%포인트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생산가능한 인구비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입니다”, “부정부패근절, 관료행정비용, 재산권 보호 등 제도경쟁력은 미국, 독일의 2만7000 달러 시기(한국 1인당 GDP)보다 취약합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장기 어젠다(agenda)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대한상의가 26일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서 여야와 정부, 산학연 대표 70여명은 “지금의 경제체질로는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어렵다”며 “국가의 내일을 책임질 어젠다들은 어떠한 정치나 사회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장기어젠다 추진을 위해 경제계와 소통하고 변화를 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낮은 제도경쟁력이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다=대한상의가 헤리티지 재단, 프레이저 재단의 통계를 기준으로 재산정한 바에 따르면 1인당 GDP 2만7000달러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는 과거 미국, 독일이 같은 소득을 거둘 당시와 비교할 때 부정부패 근절, 관료 행정비용, 재산권 보호 등에서 경쟁력이 매우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부패 근절 정도를 점수로 비교하면 미국과 독일은 각각 90점을 기록한 데 반해 한국은 55점으로 낙제점 수준이다. 관료 행정비용 역시 미국이 75점, 독일이 65점인데 비해 한국은 38점에 불과한 것으로 산출됐다. 재산권 보호 역시 독일 80점, 미국 78점인 반면 한국은 54점에 그쳤다.

한국 경제의 위기 징조는 지난 30년 간 경제성장률이 매 10년마다 1~3% 포인트씩 떨어졌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은 1981년부터 1990년까지 연 평균 9.9%에 달했으나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연 평균 8.1%로 떨어졌다. 또 2001년부터 2010년까지 4.4%로 감소한 데 이어 2011년 이후에는 평균 3%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낡은 관행없애고 규제 틀 바꿔야”=이와 관련해 대한상의 회장단은 ‘구시대적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벗어버리자’는데 뜻을 모았다. 상의 회장단은 반기업정서가 상당부분 후진적 업무프로세스와 구시대적 기업문화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보고, 먼저 야근부터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의가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와 공동으로 100개 기업 4만명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직장인들은 주 5일 중 이틀 넘게 야근을 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문화수준은 글로벌 하위 25%에 위치하고 있다. 야근 이유에 대해서는 직장인들은 ‘회의 끝날 때까지 무조건 대기하라고 해서’, ‘일 많은 사람한테만 일이 몰려서’, ‘야근 많이하는 사람이 성실한 직원으로 보이니까‘ 등을 댔다.

최원식 맥킨지 대표는 이에 대해 “의식이 없는 상사, 비효율적 업무관행, 야근은 미덕이라 생각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야근뿐 아니라 보고문화, 소통문화, 여성근로 등에도 아직도 후진적 문화가 많이 잔재한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포지티브 규제의 틀을 네가티브로 바꿔 선진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단 안돼’식의 사전규제, ‘이것이것만 하세요’식의 포지티브규제 등을 선진형 규제로 바꾸자는 지적이었다.

규제개혁위원회 간사인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사전규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실효성이 점차 낮아져, 자칫 반(反) 창의적 분위기마저 고착될 수 있다”며 “민간이 자기책임하에 운영하는 자율규제나 사후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미국, 영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규제의 근본 틀을 바꾼 덕분에 오늘도 수만가지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이고 사업화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정해준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우리의 규제 틀에서는 어떠한 혁명적 아이디어가 수용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포지티브 규제가 사업화 범위를 좁게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실제로 사물인터넷사업의 경우 통신망과 규격, 기술 등에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기간통신 사업자는 사물인터넷용 무선센서 등 통신장비 개발이 사전적으로 막혀있다. 과거 PCS시절 통신사의 독점권을 막기 위해 ‘서비스 따로, 기기 따로’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태윤 교수는 “선진국들이 서비스와 제품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관련산업이 우리나라보다 몇 년씩 앞서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2014년만 해도 사전규제의 사후규제화, 포지티브규제의 네거티브화 등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지금은 국회에 묻혀있다”며 “여야간 이해상충이 크지 않은 만큼 19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조속히 통과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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