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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엑소더스’ 시작, 항공 안전관리에 만전을
‘제주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32년만의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던 제주공항이 사흘만인 25일 오후 정상을 되찾았다. 각 항공사는 정기편은 물론 운항이 가능한 모든 항공기를 임시 투입해 그동안 발이 묶인 승객 실어나르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와 김포공항에 항공기 심야 운항을 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했다. 당초 예상보다 빨르게 사태가 수습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발이 묶인 승객을 한꺼번에 실어나르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국토부는 제주 하늘길이 막히는 바람에 갇힌 국내외 관광객이 대략 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최소한의 통상 항공 수요만 더해도 당장 제주를 벗어나야 할 여객이 10만명은 족히 넘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항을 24시간 풀 가동해도 실어나를 수 있는 승객은 하루 3만여 명 정도로 제한적이다. 적어도 체류객이 다 빠져 나오는 이번 주 후반까지는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작 걱정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다. 공항에서 노숙하며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은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있다. 게다가 일부 저가항공사들은 예약 순서에 따라 좌석을 자동 배정하지 않고 선착순으로 대기표를 발부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공항 라운지는 여전히 아수라장이란 소리다. 예민해진 승객들과의 사소한 시비는 자칫 항공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극도의 피로감에 젖어있기는 항공사와 공항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발권 정비 관제 운항 승무 모두 분야 근무자들이 격무에 파김치가 됐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안전에 구멍이 생기기 십상이다. 실제 25일 오후 11시6분쯤 제주공항 활주로에 여객기 엔진 덮개 일부가 떨어져 이를 수거하느라 1시간 가량 이착륙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제주 엑스더스’는 주말 이전 모두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아쉬움의 그늘은 너무 깊고 넓다. 제주는 이미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한 상태다. 그런데도 항공당국과 항공사, 공항의 비상 대처 능력은 부끄러울 정도로 후진적이다. 폭설과 한파가 예고됐는데도 제주도로 관광객을 승객을 실어날랐다니 더 할말이 없다. 발권 기준도 항공사마다 제각각이고, 공항 대합실에서 종이 박스가 1만원에 팔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빚어졌다. 천재지변만 탓할 일이 아니다. 항공당국과 공항, 항공사들은 이번 일을 위기관리의 재정립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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