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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김아미]위기대응 후진국
그럴 수도 있다. 폭설, 강풍 같은 천재지변 사람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니까. 그래서 비행기 못 뜰 수도 있는 일이다.

기다릴 수도 있다. 당연히 그렇다. 군대 보낸 남자 친구는 끝내 못 기다렸지만, 맛집 앞에 줄 서며 기다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고, 비행기 표 끊기 위해 줄 서는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니, 모두가 그렇게 잘 기다려서 질서가 지켜지는 세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32년만에 폭설이었다. 변덕 심한 제주도 날씨 예상 못한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월요일 결근은 상사에게 깨지면(!) 될 일이었다. 비행기 결항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제주도 체류기간이 늘어나면서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감당할만 했다. ‘돈은 쓰기 위해 번다’는 신조는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덜 구차하게 만들었다.

렌터카도 연장했고 호텔 숙박도 재빠르게 알아봤다. 일사천리로 ‘표류’에 대응해갔다. 모든 건 다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끝내 납득할 수 없었던 건 언제 어디서 얼만큼 더 기다리면 되는 건지, 누구에게 이걸 물어봐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기다리면 답은 오는 것인지, 그 답에 따라 움직이면 되는 것인지, 기다리는 게 맞는지 틀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는 것.

폭설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항 폐쇄 결정은 찔끔찔끔 이뤄졌고, 항공사와 통화 연결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특히 운항 재개가 이뤄진 25일 제주항공에선 ‘발권 전쟁’이 벌어졌지만 지자체, 공항공사, 항공사 어느 곳 하나 체계를 잡아주지 않았다.

도대체 왜 위기 대응 매뉴얼이 없었던 걸까. 천재지변 결항시 순서대로 항공권을 자동 배정한다거나, 항공권은 현장 대기가 아닌 ‘e티켓’으로 보내준다거나, 현지 교통, 숙박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다거나 하는, 상식적인 수준의 매뉴얼 말이다. ‘위기대응 후진국’의 민낯이 부끄러울 뿐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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