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문화스포츠 칼럼]‘외로움’ 아닌 ‘고독’으로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며칠 전 요즈음 혼자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언제 부터인가 냉면 전문점인 우래옥, 곰탕으로 유명한 하동관, 순두부가 맛있는 감촌 등에 가 보면 혼자 밥을 먹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 수가 늘어만 가고 있다. 혼자 있다는 것,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이 쓸쓸한 일일까?

혼자 있다는 것(being alone)은 흔히 외로움과 고독으로 나누어 말하고 있지만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영어는 외로움(loneliness)은 사회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단절되고 격리된 상태이고, 고독(solitude)은 재생과 회복을 위해 번잡함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종교의 관상(觀想)과 흡사하다. 피상적으론 둘이 비슷해 보여도 안을 들여다 보면 다른 차원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인 수는 600만 명을 넘어 섰다.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노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4D로 설명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부쳐 도움을 필요로 한다(dependency). 각종 병고에 시달리고 있다(disease). 노년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해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무력증을 달고 산다(disability). 위의 셋은 결국 노인들이 좌절하고 우울하게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depression).

최근 심리학자인 김정운 박사가 ‘가끔 격하게 외로워야한다’는 책을 펴냈다. 작년에는 알프레드 애들러의 개인심리학을 쉽게 고쳐 쓴 ‘미움 받을 용기’가 몇 달이나 인기를 끌기도 했다. 60여 전에는 데이비드 리스만(David Riseman)이 ‘외로운 군중(The Lonely Crowd)란 책에서 급속한 산업사회에서 파편화된 개인의 성품을 분석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혼자인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다른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바탕 위에 새로운 삶의 지혜를 모색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를 뛰어 넘어 당당하게 살 때 세상은 물론 나도 달라진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 보고 스스로를 담금질 할 때 외로움은 극복된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상태를 즐기고 승화시키는 것이 번잡한 외부로부터 나를 성숙시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쯤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생각난다. 덕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최대의 적이어서 외로움을 두려워 하지만 현인은 자신이 최선의 벗이어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고독은 자신의 욕구를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건강한 능력이다. 나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버티어 낼 힘, 늙어 갈 용기 그리고 행복해 질 수 있는 에너지를 쌓아 올리기 위해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면 우리는 살만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고독은 마음을 챙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