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슈인터뷰]'응팔' 혜리, 성덕선으로 그녀의 삶을 읽는 과정엔 싱그러움이 있다
걸스데이 혜리가 배우 혜리로 올라섰다. 그는 첫방송부터 종영까지 화제의 중심이던 ‘응답하라 1988’과 성덕선을 통해 메인 주연작의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드라마를 향한 인기만큼 혜리 역시 관심을 받았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 그는 요즘 단연 최고의 이슈다. 그런 혜리와 최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한 모처에서 만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보다 너무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기쁘게 잘 마쳤어요. 소감이라면 시원섭섭하단 말이 제일 적합할 거예요. 보람이 있었고 노력한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혜리는 긍정적인 면모와 함께 벅찬 감동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장년층 시청자들 중 ‘혜리를 몰라도 성덕선은 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그는 이번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정작 혜리는 1994년 생으로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인 1988년을 겪어보진 못한 세대다. 어떤 감정선을 중시하며 연기했을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엔 누구나 겪을 법한 일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점을 공감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일부러 애를 쓰지 않아도 드라마의 내용이 내 이야기 같고 내 주변 얘기 같은 점이 있었어요.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 사는 건 똑같구나. 그런 생각이랄까요(웃음). 가슴 따듯한 일들이 많아서 촬영할 때마다 소중했던 기억이 쌓여갔습니다”

혜리는 극중 성덕선처럼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진솔한 어조로 얘기했다. 어쩌면 혜리 안의 성덕선이 있었고 성덕선 안의 혜리가 있었는지 모른다는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응답하라 1988’은 결말에 대한 뜨거운 여론이 형성될 만큼 ‘덕선의 남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물론 배우로서 바란 결말과 실제 드라마의 결말은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는 법. 그러나 시청자들은 혜리의 선택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시청자들의 권리이기에 그렇다.

“결과가 택으로 나왔잖아요. 제작진 분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만약에 저였다면 누가됐든 더 좋은 사람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느끼셨다면 딱히 반박은 못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작품이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는 나올 수는 없잖아요. 덕선이의 사랑이 시작된 지점인 선우와 정환은 주위의 말과 혼란 속에서 피어났다고 할 수 있는 여고생의 순수한 사랑이었죠. 물론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혜리는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아마도 그 이유는 실제로 그가 덕선처럼 배려심 깊은 내면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덕선이만큼 배려심이 깊은 건 아니에요. 다만 주변에서 오지랖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인 것 같긴 해요(웃음)."라고 얘기할 만큼 그에겐 밝고 순수한 모습이 있다. 배우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혜리는 평소 어떤 성격일까.

“부모님에겐 마치 성덕선이 아닌 성보라 같은 딸이에요. 첫째고 무뚝뚝한데다가 사랑한다는 말은 상상할 수가 없다고 해야 될까요(웃음). 스킨십도 잘 못하고 ‘엄마 멋있어. 최고야. 맛있어’ 등등 이런 말 잘 못하는 일반적인 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덕선이를 연기 하면서 많이 배운 것도 있어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잘 해야 한다는 걸 배웠던 것 같습니다”

혜리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부모님이 드라마 속 덕선과 동년배입니다. 더욱 공감을 하셨던 것 같아요. 원래는 ‘너가 안 나오면 재미가 없다’는 얘기를 줄곧 하셨는데 이번 드라마는 제가 안 나와도 재밌게 보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주변의 친구 분들 이모 삼촌 분들까지 덕선이 봤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뿌듯해하셨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사실 애정이 깊다. 다만 여느 자식들이 그렇듯 표현이 서툴 뿐.



“저는 원래 그저 평범하게 공부를 하던 학생이었어요(웃음). 어릴 때 ‘연예인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누구나 있지만 쉽게 엄두는 나지 않는 직업이잖아요. 저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내가 무슨 연예인이야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해서 잘 먹고 잘 사자’ 이런 생각이었던 거죠. 경기도 광주에서 살았는데 중학교 때 넓은데서 공부하란 뜻으로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그런 차원 때문이지 도전적인 꿈을 꾸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너무 좋은 기회로 좋은 분들 만나서 이 길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많이 부족하고 타고나게 잘하는 건 없었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많이 열심히 한 것도 있고요(웃음)”

혜리는 징그럽지 않고 싱그러운 배우다. 그는 극중 덕선의 ‘생일 파티씬’에 대해 “연기를 할 때 정말로 울며 안 된다고 들었어요. 대사전달이 힘들기에. 그런데 전 정말로 울어버렸습니다.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나 봐요. 방송 후 많은 분들이 그 심정을 알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고 감사한 장면이기도 합니다”라고 표현 할 만큼 소박함과 따듯함이 있기에 그렇다. 더불어 배우에게 있어 진솔함은 가장 큰 잠재력 중 하나다. 솔직하게 그저 연기가 좋기에,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해서 임하는 배우만이 끝없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배우로서 그의 행보는 어떻게 펼쳐질까.

“성덕선을 맡게 됐을 때 저 조차도 저에 대한 믿음이 컸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믿음을 많이 가졌고 배울 수 있었어요. 물론 좋은 반응이 없었어도 더 열심히 계속 연기를 하려고 했겠지만 제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주셔서 호평을 해주셔서 그 전보다는 조금 더 자신이 생긴 것 같아요. 100중에 0이었다면 플러스 5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웃음). 사실 영화 쪽은 해보지도 못한 분야라서 두려웠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좋은 감독님과 작가님, 연기자들 분들과 선배님들과 함께 한다면 도전해볼 수도 있겠다는 용기도 생겼습니다. 말하자면 배우로서 어떤 소망이 생긴 것 같아요. 그 전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런 꿈과 희망이 조금씩 생긴 것 같아요”

혜리는 성덕선 만큼 많이 웃고 우는 ‘소녀’ 같았다. 또 “남편 찾기에 대한 집중이 부담이 된 것 보단 일종의 서운함이 있었어요. 이 드라마를 통해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들과의 얘기였습니다. 그런 멋진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조금 가려져서 흡수가 폭넓게 되진 못한 것 같아요”라고 얘기할 만큼 진중한 면모도 가졌다. 물론 한 작품이 큰 인기를 누렸다는 것으로 배우로서의 모든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혜리가 배우 인생에 있어 좋은 시작을 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에게 ‘응답하라 1988’이 배우로서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단 사실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혜리가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다양한 매력을 통해 앞으로 어떤 놀라운 행보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준환 이슈팀기자 /akasozoo@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