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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권 방어 핑계로 사익추구(?)…황금낙하산, 회사엔 毒?
[헤럴드경제] 지난 해 ‘엘리엇 사태’ 이후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대응할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미 ‘황금 낙하산’(golden parachutes)이 빠르게 확산돼 이미 국내 상장사 10곳 중 1곳 꼴로 이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금 낙하산은 적대적 M&A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해임되는 경영진에게 퇴직 위로금을 주도록 하는 제도이나 금융위기 때 미국 월가의 최고경영자들이 경영 실패에도 거액의 퇴직금을 챙기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적대적 M&A 방어수단을 경영진의 사익추구용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일 ‘국내 상장사 황금 낙하산 도입 현황’ 보고서에서 ”경영진의 사익 추구에 유용될 여지가 있는 M&A 방어수단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 조사에서 최저 300억원의 퇴직 위로금을 규정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원이 작년 1월 기준 상장사들의 정관을 조사한 결과 978개 코스닥 상장사 중 158개사(16.2%)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14개사 중 25개사(3.5%)가 각각황금 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황금 낙하산 제도를 보유한 상장사의 비율은 평균 10.8%에 달했다.

황금 낙하산은 국내에선 2001년 옵셔널벤처스코리아가 처음 도입하고서 5년 전인 2010년 4월 현재 코스닥 상장사 951개사 중 117개사가 채택한 것으로 집계(코스닥협회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황금 낙하산에 따른 보상 유형은 퇴직금 외 추가 위로금 지급과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지급, 하한 또는 상한 설정, 금액 미정 등 기업별로 다양했다.

이 가운데 대표이사에 대한 퇴직보상 규모의 하한액을 따질 수 있는 158개사만 놓고 보면, 하한액 50억원을 정관에 명시한 업체가 72개사로 가장 많고 30억원(24개사), 100억원(21개사) 등 순이었다. 300억원 이상인 업체도 3개사가 있었다. 한 업체의 퇴직보상 하한액은 자기자본의 160.3%에 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를 통째로 퇴직금으로 줘도 부족한 셈이다. 또 하한액이 없는 한 업체는 500억원을 상한액으로 정했다.

엄수진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적대적 M&A를 따지지 않고 비자발적인 해임에 대해 황금 낙하산 규정을 포괄 적용하거나 최대주주인 등기이사에 한해 추가 퇴직금을 명시하는 등 M&A 방어 수단을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원래 황금 낙하산은 적대적 M&A에 대응해 M&A 비용을 높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이지만 부실경영을 한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해 기업가치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부정적으로 간주된다“도 지적했다.

국내 첫 도입사례인 옵셔널벤처스가 나쁜 선례를 남긴 것도 이 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1년 당시 옵셔널벤처스 대표는 회사의 퇴출 위기를 앞두고 퇴직금 지급규정을 바꾸는 방식으로 황금 낙하산을 악용, 46억원을 챙겼으며 이듬해 이 회사는 상장 폐지됐다.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등 서구에서도 황금 낙하산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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