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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재까지 턴 ‘현다르크(현정은)’…풍전등화 현대상선 되살리나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현정은(61) 현대그룹 회장이 또다시 위기를 온몸으로 돌파하고 있다. 이번에는 유동성 위기로 ‘풍전등화’에 처한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사재를 출연한다. 지난해 매각이 불발된 현대증권의 공개매각을 즉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글로벌, 현대유앤아이 등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아 현대상선 차입금 상환 등에 쓰는 형태로 사재를 출연한다.

1일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주주 사재출연과 현대증권 즉시 공개매각 등을 포함한 긴급 유동성 자금 마련을 내용으로한 자구안을 지난 19일 제출했다”며 ”이번주부터 채권단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재 출연 규모는 수백억 규모로 예상된다. 부채가 7조원에 달하는 현대상선에겐 턱없이 부족한 규모지만, 오너로서 사재를 출연해 경영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또 현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채권단에 지원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현 회장이 진짜 사재 출연을 할거라곤 예상치 못했던 걸로 안다”며 “이번에도 현정은 회장 특유의 뚝심과 승부사 기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지난 13년간 그룹을 이끌면서 특유의 강단으로 위기의 파고를 넘어왔다. 경영 일선에 뛰어든 2003년 10월부터 위기의 연속이었다. 당시 고 정몽헌 회장의 부재로 휘청이던 현대그룹을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위협했을 때, 현 회장은 ‘국민주 발행’이라는 파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KCC와 소송으로 치달으며 법정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주주들은 현 회장의 진정성에 손을 들어줬다.

2006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지분 26.7%를 대거 인수했을 때도 큰 위기였다. 당시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 우호지분을 45%까지 확보하며 경영권을 지켜냈다.

남북경협사업도 현 회장의 뚝심으로 이끌어왔다. 때문에 ‘현다르크(현정은+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2008년 대북관계 악화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지만, 현 회장은 8년째 남북간 물꼬를 트기위해 노력중이다.

2014년부턴 그룹 유동성 위기 돌파를 위해 자구계획안을 마련, 1년만에 100%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현대상선이 현대아산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전량 매각하며 374억원을 조달했다. 현재까지 총 자구실적은 3조 6523억원으로 자구계획의 110.7%를 실행했다.

이처럼 매 순간이 위기였지만 그는 13년을 버텨왔다. 그 와중에 그룹의 규모는 축소됐지만, 현대그룹의 명성을 지켜내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는 여전하다. 현 회장의 이번 사재 출연을 포함한 회생안은 현 회장 특유의 뚝심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선 오너부터 앞장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줬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이번 자구안을 전제로 출자전환 등에 나서면 현대상선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넘더라도 현대상선이 넘어야 할 고비는 여전히 많다. 현대상선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회생안에 언급된 내용은 모두 계획일뿐 앞으로 실행을 통해 성과를 보여야 한다. 최종 자구안에는 ▷현대증권 즉시 공개매각 ▷부산신항만 터미널 등 자산 추가 매각 ▷유상 증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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