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바비의 얼굴
“가슴이 있는 인형과 노는 건 소녀들의 자존감에 매우 중요했다.” 쭉 뻗은 다리와 잘록한 허리 탓에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한 복판에 서왔던 바비(Barbie) 인형은 허투루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바비의 엄마격인 제조사 마텔의 설립자 루스 핸들러는 딸 바바라가 종이인형을 갖고 노는 걸 유심히 살폈다. 바바라에게 인형은 그저그런 장난감이 아니었다. 자신이 고안한 게임 안에서 어엿한 어른이었다. 아이는 성인을 흉내 내고 싶어한다는 걸 발견한 셈이다. 루스는 그래서 가슴이 ‘풍만한(buxom)’ 바비를 만들어 1959년 3월 세상에 내놓았다. 바비 탄생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건 독일 성인용 피규어인 빌트 릴리(Bild Lilli)다. 서구에선 이걸 설명할 때 ‘Saucy(야한)’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19금(禁)’일 수 있던 바비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소유하고 싶은 대상이 됐다. 매년 150개국에서 10억개 이상 팔렸다. 3초마다 하나씩 판매했단 계산도 있다. TV광고에 집중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한 첫번째 장난감이라고 한다. 앤디 워홀은 바비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바비가 50세를 맞은 2009년엔 캘빈클라인 등 패션업체가 참여한 패션쇼도 열렸다.



올해 57세가 된 바비가 대대적으로 변했다. 원조보다 키가 작거나, 크거나, 살이 조금 붙은 친구 바비가 여럿 생긴 거다. 헤어스타일도 24가지나 된다. 마텔은 바비의 이런 변신을 ‘현실의 반영’이라고 설명한다. 신체 사이즈는 대수술을 한 걸로 보이지만, 얼굴은 고만고만하다. 다 바꿔도 예쁜 얼굴은 손댈 수 없다는 마지노선이 읽힌다. 장난감도 이럴진대 예뻐지려 쁘띠성형을 하는 사람들을 두고 혀만 찰 순 없는 노릇이다. 인간의 본성이니까.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