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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레드오션이라 했지만 뚫을 길은 있었다 -신지현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과장
맥도날드도, 스타벅스도, 베스킨라빈스도 없는 블라디보스톡은 할 것도 놀 것도 없다. 그나마 주말에 한 번씩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일상의 재미다. “이번 주에는 또 어떤 한국 식품이 들어와 있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땅덩이를 가진 러시아. 그중 블라디보스톡이 있는 극동지역은 과거부터 한국, 일본, 중국 등 국가와 인적, 물적 교류가 많아 러시아 내 다른 지역보다 한국음식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한국식품 전용마트는 없지만 김치, 라면, 고추장, 된장 등은 지속적으로 수입되고 있다. 한국식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비행기로 2시간 거리라는 지리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블라디보스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새로운 한국식품을 블라디보스톡에 수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식품 분야가 점점 레드오션이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블라디보스톡 무역관은 현지 대형마트 중 한 곳에서 ‘강원도 식품 현지 유통망 입점 기념, 한국식품 판촉행사’를 성공리에 마쳤다. 현지 소비자들은 초콜릿, 과일음료, 레토르트 식품, 간장 등 다양하게 구성된 행사장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한국산 수제 초콜릿을 맛보며 엄지를 치켜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이곳 대형마트에 입점된 강원도 식품 대부분은 해외 수출이 처음인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라 의미가 컸다. 강원도청과 1년간 긴밀히 협력, 현지 유통망 시장조사를 통해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접근했던 것이 유효했다.

과거 현지 구매 담당자들이 샘플 테스트를 자주 요구하는 반면, 환율 변동 등 외부 요인을 이유로 구매 결정을 미루는 것을 종종 봐왔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업체와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시식 및 구매 조건 협상이 가능한 자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했다.

특히 작년 9월 이후부터는 루블화 약세로 인한 환율 오름세가 다시 시작되면서 거의 다 됐다고 생각한 구매계획이 여러 차례 번복되는 위기도 있었다.

이에 무역관은 총영사관과도 손을 잡고 국내 업체를 블라디보스톡에 초청해 구매 담당자와 만나게 하는 등 현지 유통망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12월, 간장, 초콜릿, 과일음료 등 국내 중소기업 10개사의 42개 품목이 블라디보스톡항에 도착했다. 연말부터는 ‘한국산 신상품(Новинки из Южной Кореи)’이라는 스티커를 달고 현재 블라디보스톡 최대 유통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해왔던 ‘한국 중소기업 식품 신규수출’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이뤄낸 것은 향후를 기대하게 하는 큰 성과다.

레드오션이라며 혹자는 고개를 내저었지만 분명 뚫고 나갈 길은 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러시아 경제 여건 속에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믿고, 또 밀고 나아가야 하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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