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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이야기]우리에게는 ‘둘째’가 필요해
둘째 아이는 왜 ‘덜’ 사랑받을까.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둘째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소외당해 울분을 터트리는 주인공 덕선의 모습에 수많은 둘째들이 ‘폭풍 공감’했다.

3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년 언니 보라의 생일에 맞춰 같이 축하를 받아온 것은 물론 계란후라이, 통닭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늘 보라에게 밀린다. 집안에서 치이며 성장하지만 누구보다 밝은 성격의 덕선은 동네 사람들은 물론 학교 친구들에게 두루 사랑을 받는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사진>의 나탈리 역시 첫째의 그늘에 가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오직 오빠 게이브만 생각하는 엄마 때문에 지독한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그는 “이딴 집에서 가출 안 한 건 기적” “나처럼 죽고 싶은 애 또 없나”라며 불쌍한 신세를 한탄한다. 나탈리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남들이나 첫째보다 못해서일까. 아니다. 나탈리는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는 데다 누군가 한눈에 반할 만큼 예쁜 아이다.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도 둘째들은 어떻게 성격 좋은 아이,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을까.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해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출생 순서에 따라 인간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첫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애정을 독점하고, 모든 것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기 때문에 독단적이고 야심적이며 책임감이 높다.

반면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놓고 형, 언니 등과 경쟁 관계에 놓인다. 부모의 관심을 끌고 인정을 받기 위해 첫째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개발해 형과 언니를 능가하려 애쓴다. 때문에 둘째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성공 지향적이며 도전적인 기질을 갖게 된다. 물론 인간의 성격은 유전, 환경 등 수많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되므로 첫째, 둘째의 성격을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출생순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합계출산율 1.21명으로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 한국은 아이를 낳지 않거나 1명만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 됐다. 남녀 한 쌍이 결혼해도 아이 1명을 낳을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합계출산율은 점점 떨어져 노동력 부족, 인구 소멸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까지 직면해 있다.

사실 ‘둘째 없는 나라’로까지 불리는 현 상황에서 둘째 아이의 성격에 대해 논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인구소멸이라는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둘째 아이 출산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에 걸맞도록 첫째, 둘째, 셋째 등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세상에 나오길 바란다. 우리에게 독단적이지만 책임감 강한 첫째도 소중하지만, 도전적이고 경쟁심 강한 덕선이, 나탈리 같은 둘째도 필요하다.

뉴스컬처=양승희 편집장/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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